REVIEW/MOVIE

[귀공자] 누가 귀공자인가

Zeromm 2023. 6. 27. 12:25

김선호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게 언제쯤이었더라. 아마 1박 2일 시즌4가 시작되면서부터였을 겁니다. 키도 훤칠하고 미남형의 그가 이미지 생각 안 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개그를 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먹었습니다. 저런 얼굴로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시청자를 웃기려고 했었죠.  그 당시 1박 2일을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김선호 배우님은 정말 최선을 다해 그 프로그램에 임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2020년, 2021년의 1박 2일을 되게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수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달까요?
그런데 김선호 배우님을 둘러싸고 큰 스캔들이 하나 터지죠. 진위가 무엇이 되었든, 김선호 님은 모든 걸 책임지고 물러납니다. 그 당시 신민아 님과의 갯마을 차차차로 주가를 미친 듯이 높여놓았고, 차기작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걸로 압니다. 그런 그가 내놓은 결정은 참으로 결단력 있었습니다. 이때 1박 2일도 큰 변화를 겪게 되지요. 아마 여자 PD가 1박 2일을 이끌고 있었는데, 같이 물러났을 겁니다.

이 회차를 마지막으로 그는 갔습니다..(출처 : https://m.mk.co.kr/star/view/2021/984337/)


아무튼 이후로는 김선호 님을 접할 기회도 마땅히 없었고, 1박 2일도 예전과 같지 않아 더 이상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김종국 님께서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에 김선호 님을 다시 보게 된 건 어쩌면 행운이었을 겁니다. 그가 박훈정 감독님과 합을 맞춰 6월에 극장가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가슴을 뛰게 만들었죠. 게다가 킬러 김선호라니.. 기회가 되면 꼭 보리라 생각했고, 이번에 전주에서 인천으로 올라오고 그다음 날인 6월 26일에 동생과 같이 보기로 했습니다.
+ 김선호 님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이 포스터보고 그렇게 이걸 보고 싶었지...

줄거리

영화는 필리핀에서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인 마르코(강태주)를 비추면서 진행된다. 이 마르코는 엄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악착같이 복싱해서 돈을 따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 앞에 한국인 아버지가 그를 찾고 있다고 하며, 그를 한국으로 데려가려 한다. 그러면서, 마르코의 뒤를 추격하는 한 남자(김선호). 과연 무슨 일일까?

총평 (스포 있어요!)

전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어요. 서사도 좋고, 주연 배우들 연기도 미쳤는데 뭔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기분입니다. 초반엔 마르코의 불쌍한 인생을 Deep 하게 그리는 것 같더니, 중반부에는 마르코의 좌충우돌 도망 기를 그리지 않나, 후반부에는 액션과 코미디물로 바꿔요. 이게, 영화 자체에는 분위기가 반전되고, 입체적이라는 장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부자연스러웠어요. 더 통일성을 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더 안정적이고 괜찮은 호소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나, 배우 김선호 자체를 보고자 하면 그거 이미 차고 넘칩니다. 미친 연기와 능청스러움에 정신을 못 차리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허당끼까지 완벽합니다. 이걸 관객들이 원하긴 했을 것이다. 김선호의 원맨쇼. 능구렁이 같으면서도, 킬러의 모습일 때는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게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이었고, 그걸 김선호 님은 200퍼센트로 소화해 냈습니다.
서사도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전까지 왜 마르코를 한국으로 부르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옆에 동생이 중간에 심장이식 때문인가 봐! 했을 때부터 아하! 했다. (눈치가 없어..) 그러면서, 한번 더 서사를 꼬아버리죠. 마녀 때도 그렇고 아무래도 박훈정 감독은 두 번 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오히려, 19세이긴 하지만 이번 귀공자는 마녀보다 스토리가 좋으면서도 더 잘 이해된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럴만한 멋진 액션씬과 짜릿함이 즐거움을 주었어요. 무슨 마녀 때처럼 김선호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데, 정말 속도감이 넘칩니다. 찰떡이었던 악역들의 연기는 또 긴장감을 높여주죠. 솔직히 거의 2시간이 되는 러닝타임이 1시간 반 남짓이라고 느낄 정도로 텐션 있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김선호 님 서사가 좀 부족하다는 기분이었거든요. 차라리 김선호의 서사를 조금 더 추가해서 다뤄주면 진짜 '귀공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난 처음에 마르코가 귀공자인 줄.. 귀한 집 자식인 건 마르코가 맞지 않을까?)  그리고 마르코도 초반부 말고는 그냥 끌려다니는 느낌이었는지라, 다시 주체성을 부여하고 김선호 님과 같이 킬러 하러 다니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막 해봤습니다. 아무튼 극장에서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엔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좀 찾아보니까, 제목이 슬픈 열대에서 더 차일드, 그리고 귀공자 순으로 바뀐 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슬픈 열대가 나오긴 합니다. 강태주 님을 중점으로 서사를 풀어나가려면 슬픈 열대가 맞는데, 그러기엔 김선호 캐릭터가 아까워서 중립적인 귀공자(The Childe)로 바꾼 것 같네요. 귀공자가 더 나은 것 같긴 합니다 ㅎㅎ

2023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