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MOVIE

[밀수] 누가 세관에 밀고했을까? 한 편의 동화같은 바닷가 이야기

Zeromm 2023. 8. 4. 01:05

밀수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안녕하세요? 올해도 벌써 8월에 접어들었네요.
요즘 날은 미친 듯이 덥고 집에 있기엔 따분하고 그렇죠. 그런 날이 반복되던 중에 1일이 되자마자 저와 동생과 어머니는 극장가로 향했습니다. 8월 CGV 할인을 받아, '밀수'라는 영화를 보기 위함이었죠.
밀수는 사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두던 영화였습니다. 김혜수 배우님과 조인성 배우님이 나온다는 것 자체부터 기대를 불러오기 충분했죠. 무엇보다도 '밀수'라는 제목이 착 감기지 않습니까? 과거 엄청난 배우 라인업으로 눈호강 제대로 시켰던 범죄물 영화 '도둑들'이 저는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김혜수 배우님이 두 작품 모두 주연으로 연기하셨네요.
 
아무튼 기대에 부풀던 개봉 당일날, 평점도 나쁘지 않게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네이버 평점 기준 8점대 초반(8월 3일 평점 8.11 영화 밀수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죠. 요즘 침체되어 있다고 평받는 한국 영화 시장을 생각하면 볼 만한 영화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팝콘 들고, 상영하러 향했습니다.
 

인천 학익CGV에서 봤다. 밀수가 현 기준 흥행 1위라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왼쪽 포스터들중에 이제 핑크퐁만 빼고 다보게 생겼다!)

 

줄거리

평화롭던 해안가 바다에서 물질하며 살던 군천 마을 해녀들. 그들은 어느 날 느닥없이 들어선 화학 공장 때문에 해양 생태계는 오염돼버리고 만다. 그렇게 생계가 막막해진 해녀들. 그들 중 돈 욕심이 넘쳤던 해녀 '춘자'(김혜수)는 바닷속으로 던진 물건들을 건져 전달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얘기를 '중개인 삼촌'(김원해)으로부터 듣게 된다. 그녀는 해녀들의 리더 격이었던 해녀 엄진숙(염정아)을 설득해 밀수에 해녀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밀수의 결과로 순천 사람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이 작은 바다 마을에도 활력이 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밀수를 하던 도중 누군가의 '밀고'로 밀수 배는 곤경에 처한다. 그러다 설상가상으로 엄진숙의 아버지인 이 배의 '엄선장'(최종원)이 바다에 빠진 아들을 구하다가 같이 죽어버리고 만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선상. 과연, 군천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감상 (스포 있습니다!)

그 시절,  어느 바닷가 이야기

툭 까놓고 얘기해자면, 이 영화의 평점 깎이의 주 요소는 올드한 편집점에 있다고 봐요. 옛날 영화 느낌, 심지어는 요즘 삼류 영화도 이렇게는 편집을 안할 정도로 올드한 느낌을 받는 건 모든 관객들이 느꼈을 거예요. 컷을 연결하는 것도 그렇고, 소품, 자막, 음악, 건물 모든 게 올드합니다. 이걸 연출하고 싶었던 의도는 알겠는데, 사람마다 느껴지는 정도가 달랐던 거죠. 그래서 보기 거북했던 관객들은 낮은 평점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올드한 느낌을 뿜어냈던 배경에는 시대상황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의 가상의 바닷가 마을을 그리고 있었죠. 그 당시의 복고풍 이미지를 메인 이미지로 삼아서 영화를 특색있게 살리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과했죠. 옆자리에 앉았던 저희 어머니도 저 정도로 70년대가 올드하진 않았다고 말씀해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저로선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화 '써니'를 보는 듯하고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물론 과하고, 거짓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요. 그거라도 이렇게 와닿게 그려준 연출이 저는 반갑게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포인트는 의외의 곳에 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커다란 핵심은 다름아닌 '누가 밀고를 했는가'입니다. 누가 돈을 먹고, 누가 죽는지가 핵심이 아니에요. 영화의 흐름은 여러 인물들의 탐욕과 사기로 여러 번 바뀌지만, 결국엔 큰 줄기는 하납니다. 밀고를 누가 했고, 그것으로 충격을 입은 엄진숙의 변화로 이야기가 이끌어가기 때문에, 이 부분을 눈여겨보면 스토리 이해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네요.
처음에는 배에서 혼자 잡히지 않고 도망친 춘자가 밀고자로 소문이 나버리죠. 이를 시정하고싶어도, 그녀는 순천 바닥에 수배된 입장이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죠. 그렇게 춘자와 엄진숙의 어긋난 버린 갈등은 영화의 중반부를 이끌어가죠. 그러다 어찌어찌 사건이 시정되면서 비로소 해녀들은 한마음을 이룰 수 있게 되죠.

은근히 복병이었던 세관 이장춘(김종수).

이 과정이 사실, 그렇게 질질 끌건 아닌데 두 명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구요. 아무리 스토리와 연출이 별로여도, 배우들이 맘만 먹으면 이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왜 영화 캐스팅에서 기왕이면 명배우들을 데려다 놓으려는지, 당연한 사실을 이렇게 증명한 기분이네요.

밀고 사건 후, 다시 만난 두 주인공. 약간의 사투리도 쓰는게 매력적인 것 같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액션!

이 영화가 주는 시각적 장점은 아마 수중씬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CG느낌이 조금씩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정말 재미나게 액션씬을 구상했습니다. 해녀들이 산소통도 없이, 자신을 죽이려 오는 악당(?)들을 여유롭게 물리치고 때로는 협동하는 게 정말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특히 처음과 마지막 수중씬에 엄진숙과 혜자가 바통터치(?)하는 장면이 나와요. 마치 둘은 이제 옛 관계를 회복한 듯, 그것을 시각적으로 상하로 향하는 두 해녀로 표현함으로써 꽤나 멋진 장면이 연출된 것 같습니다.
 
의외로 약삭빠르고 싸움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권상사(조인성)의 전투씬도 대단했어요. 70년대 패거리 싸움을 2대 N으로 표현했는데, 비등비등하게 끌어가는 게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올드하지만, 춘자를 계속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면서 싸우는데, 정말 이 세상 멋짐은 혼자 짊어진 느낌! 이 순간은 싸움도 잘하는 잘생긴 왕자님 되어버리는 거죠. 싸움에는 결국 패해서, 주도권을 '장도리'(박정민)에게 넘겨버리지만, 그래도 영화를 되돌아볼 때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

이 영화는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배우들의 공이 컸던 영화입니다. 주연들의 이야기를 계속 했다면 이번엔  빠질 수 없는 조연들 얘기를 해드릴게요!
제가 올해 5월달에 황정민 배우님과 이정재 배우님이 나오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박정민 배우님을 영화장면으로는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역으로 나오시거든요. 그럼에도, 그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완성합니다. 그때 제가 느낀 점은 그거예요. 이 배우는 진짜 못하는 배역이 없구나! 그리고 그 고역 같은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뭐랄까 '만능배우'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칭찬을 하자면, 입체적인 연기가 특색으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한 영화 내에서, 변화무쌍하게 감정선을 변화하는 어려운 일을 해내요. 이 영화에서 장도리는 밀고 전과 후로 나눠서 봐야 할 정도로 역변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역을 '박정민'배우였기에 이렇게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그리고 '고옥분'역을 맡으셨던 고민시 배우분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젊은 다방 집 주인으로 나오는 그녀는 이 영화의 중요한 다리역할을 하죠. 다방에서 많은 주요 인물들의 '밀담'이 오가니까요. 그리고 약간 춘자 느낌으로 캐릭터를 잡았는지, 악착같은 면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주옥같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맛깔난 연기를 해내시는 걸 보고는 이분도 굉장하시구나 싶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어제 영화 '더문'을 보고 나왔는데, 고민시 분과 비슷한 선상에 계신 역이 이 영화에선 정말 안습이었습니다ㅜㅜ 보는 데 어색해서 정신 나가는 줄... 그런 걸 보면, 고민시 배우님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욱 빛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미친 연기력의 두 배우. 이 둘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이렇게 흥행못했을 것 같다.

 

어쩌면 동화나라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올때, 왠지 모르게 현대판 동화를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마구 들었습니다. 이게 몇 가지 단서들이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으로 정돈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에서 밀수 한줄평을 읽게 되었어요. 읽어보니 제가 느낀 바를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 두셨더라고요! 역시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래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제가 캐치한 동화스러운 부분들은 다음과 같아요. 보통, 동화의 여주인공은 비련 한 운명을 타고난 경우가 많죠. 엄진숙과 춘자가 그렇습니다. 엄진숙은 사고로 아버지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생이 송두리째 깨져버리죠. 춘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애초에 온갖 수모를 겪은 떠돌이 출신에서 군천 마을로 흘러들어온 해녀로 설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그녀들이 마침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밀수 상자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꺼내는 장면은 여러 가지가 오버랩되더라고요. 마치 박속에서 금은보화를 얻는 동화속 흥부네와 같은 인상인데, 그런데 하는 짓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같은... ㅋㅋ 조금 이미지가 모순되긴 하는데, 사실 모두를 받아들이는데는 무리가 없었어요. 해녀들이 밀수라는 범죄에 가담한 건 맞지만, 그녀들의 생활이 여러가지 외부효과들로 처참해진 건 정말 잘 나와있거든요. 그래서, 범죄물이지만 이상하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그래서 한 편의 '동화'같은 인상을 남겨준 것 같습니다.
 
2023 8 1
학익 CGV
 

참고문헌

네이버 영화정보 영화 밀수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이동진 평론가 블로그(언제나 영화처럼). 밀수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밀수

이번 주 개봉작을 포함한 새 영화들에 대해 한줄평과 별점을 올립니다. <밀수> 감독 : 류승완 출연 :...

blog.naver.com

캡처사진 출처 : 유튜브. 밀수 메인 예고편 [밀수 Smugglers] 메인 예고편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