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속에서 - 글은 함부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
나름 블로그를 잘 운영해 보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거의 방치해 버린 채 3주를 방치해 버린 듯싶다.
그동안 학교에서 제시한 해부학 강의들과 골학 캠프를 겪고 나서는 다른 일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안 되었다.
나는 방학 8월의 수많은 시간을 그동안 공부에 쏟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동기들 중에는 가장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의 근자감도 생길 정도였다. 학교에서 제시한 골학 내용은 기본이요, 스스로 교과서 봐가면서 해부 총론은 싹 공부한 셈이니까.
그렇게 개강을 이제 4일 남겨둔 이 느지막한 오후에, 나는 왠지 모를 책임감과 뭐라도 뱉어내고 싶은 울렁거림이 들었다. 7월과 8월 초에는 즐겁게 글을 쓰면서 나름 인생의 재미를 발견했었는데, 최근엔 통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창작과는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예로 저번주 금요일에 오후시간을 통으로 도서관에서 보냈다. 추천도서를 읽고 독후감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 4시간가량한 것 같은데, 대충 3권 정도 해냈다. 대체로 만족하는 분량이었으나, 뭔가 불편했다. 글이 매끄럽게 굴러가지 못하는 느낌. 분량은 좋았으나, 과정을 억지로 해낸 느낌이었다. 실시간으로 내가 최근에 글을 안 써왔긴 했구나, 씁쓸한 기분이었다.
이걸 하고 나선, 그래도 개강 전에 글을 최대한 쓰다 가야겠다 싶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한동안은 하기 어려워질 테니 지금이라도 하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마무리한 혼공 10기 회고록도 그래도 책임감 있게 써야겠고, 거의 2주가량 동안 나름 일탈한답시고 봐왔던 영화들에 대해서도 포인트만 잡아서 리뷰글을 올려야겠다. 그리고 곧 있을 교내 잡지 동아리에 투고할 글 한편도 정말 공들여서 제출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어지럽게, 즐기다 만 상태로 가기엔 너무 아쉽다.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나는 이 여름방학의 끝을 최대한 잡고 가고 싶다. 아!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늘 해온 공부시간에 +-시간을 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틈틈이 하겠단 거니까.
아니 왜 이만하면 글을 많이 썼지, 또 뭘 시간을 들여 쓴다고 뭐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나는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겠다는 거니까. 그냥 내 맘 가는 대로 할 뿐이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 세계에 대해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가려는 것뿐이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