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첫 번째, 마음 들여다 보기
안녕하세요. 막 ktx를 타고 학교로 내려가고 있는 오재용입니다.
저저번주에 제가 ADsP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요즘 근황을 말씀드렸었죠? 학교 축제가 있어서 막 보러 가야 한다고요. 그날 학교엔 싸이가 왔어서 신나게 방방 뛰며 잘 놀았어요. 그때 전주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공연 다 끝나고 기숙사로 가려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간신히 통금시간 전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잘만 놀고 왜 그랬을까 - 덜컥 코로나 걸린 건에 대해
그러고 한 3일 후쯤, 저는 본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밤 늦게 다시 학교로 갔습니다. 다음 날 월요일 아침에 갑작스러운 수업이 생겨서 월요일 말고 일요일에 올라간 것이죠. 일요일 밤에 동기와 함께 기숙사로 걷는데, 몸이 뭔가 찌뿌둥하더라고요. 그래도 친구 만났으니 신나서 얘기하면서 걷긴 했습니다. 그러고 기숙사에서 씻고 자려는데 머리가 조금 어지럽더라고요. 뭔가 싸함을 직감하고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조금은 덥게 하고 자려고 했습니다.
다음날은 깜빡하고 커튼을 다 내리고 자지 못해서 햇살에 마지못해 일어났습니다. 시간은 7시. 일어나는데 몸이 너무 안좋았어요. 열감과 두통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 있죠? 그래서 고통스러운 가운데, 도저히 아침 샤워는 못하겠어서 대충 세수하고 머리 감은 후 책상에 앉았습니다. 앉아서 아침 식사하고 나서도 여전히 힘들어서 이건 약을 무조건 처방받아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9시 약국 문 열면 바로 약 받으러 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우며 슬슬 나갈 채비를 합니다.
그렇게 기숙사 문을 박차고 나가면, 얼마 안되서 약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메디컬 캠퍼스 근처에 제 기숙사가 위치했어서 약국과 병원은 접근하기 좋거든요. 그래서 약국으로 향하던 찰나, 저는 저 멀리 아침 헬스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제 동기를 하나 발견합니다. 손을 흔들며 인사하려는 그때, 몸이 아파서인지 그 친구를 위해선지 팔이 안 들려 지더라고요. 제가 만일 그 감염병에 걸려있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부터는 꼼짝없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어떻게든지 버티고 학교를 나갈 수는 있겠으나, 저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어요. 많은 동기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텐데, 그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그 이후에 처방을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가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게 되는데, 결론은 코로나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일주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후기를 남겨 놓을테니 그걸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포스팅 참고해주세요! https://openaim.tistory.com/m/15 )
집 밖으로, 그리고 있어야 할 곳으로 - 자가격리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며
처음 걸렸을때는 일주일간 온전히 제 시간이니까 공부도 많이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해낸 게 없습니다😂😂 밖에 나가서 동기들이랑 뭐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할 수 있는 건 집구석에서 논 것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냥 그렇게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걸 우리 01년생들은 대학에 붙자마자 강제로 비대면 수업을 들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오늘 집 밖으로 나설 때, 조금은 두려웠습니다. 그 7일동안 세상 밖은 너무나도 변해있을 것만 같고 저는 그대로 이 집에 멈춰버린 느낌이었거든요. 마치 집에 틀어박혀서 공부만 했던 삼반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시간 죽치다가 마지못해 움직였습니다. 가기 전에 시간이 20분 정도 비어서 책을 슬쩍 읽어봤어요.
인생 수업 - YES24
저번 전주 객사점 알라딘에 들렸을 때 구매한 책이었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을 최초로 주도한 정신의학자가 쓴 책이라 흥미가 막 생겨서 읽으려고 했죠. 이 책을 슥 7일간에 읽어볼까도 생각했는데, 읽지 못해서 마지못해 조금이라도 읽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봤습니다. 내용이 굉장히 심오하고 아름답더라고요. 인생은 잠시 와서 배우다가 가는 시간이라고, 저자인 엘리자베스가 말할 때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뭉클함이 가득했던 것 같네요.
제가 동경하고 원하는 삶은 늘 두 눈동자가 생명의 힘으로 빛나는, 사랑과 기쁨이 넘쳐나는 생활입니다. 사람의 두 눈동자를 보면 이미 그 눈에서 그 사람이 영적으로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있어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은 그런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는 제가 동경하는 인물상에 그런 점에서 적합한 사람이란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번 일주일은 그렇게 살지 못했어요. 아니, 저번주에도 그 지난주에도 그렇게 생활하지 못한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글을 쓱 써보면 대강 알 수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면 생각 회로도 막히고 글이 매끄럽게 써지는 기분이 안 듭니다. 적어도 제가 시험 끝난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글이 그렇게 안 써지고 있었어요 사실. 이럴 때는 제 사고를 막는 장애물을 얼른 찾아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건 제가 여기에 쓰긴 조금 부끄럽고 좋지 못한 개인적인 일이라 언급할 순 없겠네요ㅠㅠ... 확실한 건 그런 장애물이 될 만한 게 제 주변에 몇 가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사실입니다.
확인하고 나서는 처리해야할지 여부로 고민하게 됩니다. 당연히 처리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됩니다. 그걸로 평생 스트레스받으며 살 순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냥 덮고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그래서 이상한 찜찜함과 함께, 생활이 조금씩, 조금씩 어긋나가는 게 체감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걸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늘 자신을 들여다보면 괜찮은데 여건이 안돼서 그러지 못해 곪아버렸다는 점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오늘 이 책을 조금 읽고 집 밖으로 나설 때, 한결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늘 보던 이웃집들이 눈에 보였고 제 몸뚱아리가 잘만 걸어서 이 도로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 근처에 있는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문안인사드리고 버스 타러 다시 걸을 때,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왜, 감사하다는 생각 있잖아요. 제가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 여전히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 원하는 학교에,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정말 그랬었어요 전. 22년도에 원하는 대학에 붙고 나서는 즐겁게 학교 생활도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즐겁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일상이 너무 감사했어요. 하나의 축복 같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리라고는 꿈꾸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 순간이 될 수 있는 대로 제 삶에 가득하길 원했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올해 1학기에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바라는 세상에 제가 여전히 있음을 확인했고, 그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여담
이걸 다시 깨달은 순간부터 전 다시 자판기를 두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배우는 것들을 이것저것 이야기하되, 그것이 저와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도록 하자는 것. 그렇지만 티스토리 블로그 특성상 정보글에 제가 가진 스키마를 더해 저만의 글을 뽑는 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저는 일단 그렇게 보고 있어서 이런 감성 팔이(?) 글은 쉽게 쓰진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오늘 제가 느낀 이 감정을 이렇게 남기고 싶네요. 그럼 너무 늦지 않게 코로나 감염 후기 들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