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씽킹] 기술적인 생각 키우기
기적처럼 얻은 기적의 책
이 책을 내 손에 얻게 된 건 순전히 우연과 운이 겹친 덕분이었다. 나는 학교 행사에 관심 있어서, 동기 하나와 함께 학교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눈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때, 이 책에 관련된 행사를 하고 있었다. 간단히 기대평 쓰면, 추첨을 통해 이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 그래서 가볍게 평을 쓰고 되든 말든 언제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온 문자 하나. 되게 신기하면서도, 얼른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다.
책을 받은 건 4월 중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7월 대관령 여행 부터이다. 7월 10일부터 11일? 이틀 동안 이동하는 도중에 틈틈이 읽었고, 나머지 분량은 도쿄 여행을 마친 19일 날 저녁에 해치워버렸다.
감상
기술(記述)적으로 생각하기
저번 독후감 거리였던 '제텔카스텐([제텔카스텐] 자그마한 메모조각에서 시작하는 거대한 이야기 (tistory.com))'과 비슷하게, 이 책 역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우선 메모하는 습관부터 만들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에 스쳐가듯이 떠오르는 여러 상상과 생각들을 그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선 펜대를 잡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펜대를 잡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어떤 장비로 메모하는가?'가 되겠다.
저자는 프린스턴 대학과 UCLA 대학 교수가 만나 노트 필기(펜 필기)와 노트북 입력(타자 필기) 중 어떤 것이 좋은지 연구한 실험을 소개했다. (P.35~38) 그 결과, 노트북 입력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력하려고 해서 오히려 학습에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펜 필기를 통해 생각할 기회를 늘리고, 학습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를 나에게 적용시켜 보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메모하는 것들 중에는, 하루하루 일정이나 해야 할 일과 같은 일회성 기억 저장용과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용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것은 머릿속에 크게 저장할 필요 없이 디지털로 알림을 주는 형식으로 다시 떠올릴 수 있기에 디지털 필기가 좋을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것은 당연히 펜 필기로 기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생각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하고 균형잡힌 모습을 갖추게 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주로 말하는 스키마(scheme, 생각(인지)의 틀)를 '프레임(frame)'이라고 부르며, 여러 가지 프레임을 소개한다. 간단한 '서론/본론/결론 구조'부터 지식을 얻고 유통하는 프레임인 '지식사이클' 프레임까지 말이다. 사실 이 프레임이라는 건 양날의 검과 같은 무기이다. 잘 쓰면, 누락되는 부분 없이 생각의 기둥을 제공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프레임을 쓰거나, 한 프레임을 고집하면 생각이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고착화돼버린다. 그렇지만, 프레임은 독서부터 생각틀, 표현틀, 등등 다양한 부분에 쓰일 수 있으며, 심지어는 많은 이들 머릿속에 이미 표상화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양한 프레임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되도록 생각틀을 많이 습득하고 적용해 보는 훈련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설명을 돕고자 써둔 예시들은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기술(技術)적인 아이디어로 경쟁에서 이기는 법
저자인 윤태성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재직중이다. 특이한 점이라고 할 것이 있다면, 카이스트에 재직 중이라고 하면 보통 공학 쪽에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분은 '기술경영'분야에서 힘을 쓰시고 계신 듯 보였다. (여담으로 그래서 카이스트에 기술경영 대학원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음) 그래서 개발한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경영하여 사업체를 잘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인적 자원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서이다. 앞으로는 더욱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 분야에 대해 깊이 아는 특급 인재들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양자 컴퓨터 인재 같은 경우가 그렇다. 30년대부터는 이 인재들의 수요가 팽창할 것이라는 것은 익히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인재를 구하기도, 양성하기도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럴 때일수록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구성해놓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분야도, 나이도, 경험도 다양하게 구성할수록 연결과 연상의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가능성은 양질의 아이디어로 이끄는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 인재와 같은 특급 인재들도 육성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 역시 자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경영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인적 풀을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질문하기,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나중에 포스팅거리에 올리겠지만은, 질문하기에 중요성을 여실히 느낀 책이었다. 난 질문 자체를 못하는 사람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질문할 때 빠르게 질문거리가 소진되거나, 좀더 명쾌히 질문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해서 뭔가 가려움이 느껴졌었고, 이 책은 그것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요즘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요, 부족한 점을 메꿀 때, 심지어는 사람이 아닌 AI에게도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잘'하는 것 역시 앞으로 계속 중요해질 역량이라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자주 이 부분을 펴보자. 외우는 느낌이 있더라도 내재화하도록 하여 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과 기술, 그리고 손정의
이 책의 저자는 손정의라는 인물에 대해 굉장한 흥미를 보이는 듯했다. 책의 첫 장과 마지막까지, 손정의에 관련된 내용이 다수 출현하기 때문이다. 손정의는 일본의 통신 유통회사인 소프트뱅크의 회장으로 60대가 된 지금에도 정정하게 일군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이다. 그의 성공 비결이 특별히 언급되는 이유에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주로 3가지가 될 것 같다. 첫째는 '인생 계획 50년'이다. 그는 이미 19세에 이 계획을 모두 세워놓았다고 한다. 10년마다의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갔고 정말로 실현시켰다. 물론 완벽하게 계획한 대로 성공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움직었다. 자신의 계획에 확신을 갖고. 고민의 여지없이, 신속하게 진행했다. 그의 빠른 결단력에 경영자로서의 날개를 달아준 것은 확고한 인생 계획(뼈대)였다.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시간마다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데 몰두했다고 한다. 생성한 아이디어는 산업에 쓰일 수 있도록 특허 화했다. 그리고 출원한 특허들은 나중에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얻을만한 부분은 아이디어를 그냥 생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특허 출원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출원 형식에 맞게 규격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충분히 영리했을 손정의는 그 규격에 맞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했을 것이다. 이게 성공하냐 못하냐의 차이이다. 생각은 오로지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일때 의미가 있다. 적어도 기술 분야에서는.
마지막으로 그는 남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내에서 가장 선두의 재산을 갖고 있던 그가 재산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주주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회사를 믿어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감정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그 덕에 주주들은 한번 속는 셈치고 그를 믿을 정도였다고. 그가 이런 힘을 보여준 데에는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질문으로 자신의 비전에 위협을 받았을 그였을 테지만, 그는 흔들림 없고 올곧은 설득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경영자는 흔들림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키를 잡아야 하는 선장과도 같은 존재인가 보다.
여담이지만, 왜 저자가 손정의 얘기를 많이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의 이력을 보고 나서는 납득했다. 그 역시 현재까지도 기술 관련 조언을 얻기 위해 일본에 자주 출장을 가는 모양이었다. 도쿄대에서 박사와 조수도 했었고, 일본 기술경영자와도 교류한다는 것을 뻔하게 써두었다.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생각하는 능력이 곧 힘이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자그마한 전자기기로 수만 가지 일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자꾸만 더 편해지려고 한다. 더 쉽게, 그리고 많이 자극에 노출되려고 하며 고통스러운 행위, 예를 들어 생각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점검 없이 그저 '산 는 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경종을 울린다. 인공지능만 생각하는 시대.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고, 점점 더 많이 검색하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려고만 하고 있다. 그럴수록 인공지능만 계속 성능이 좋아질 것이고, 우리 인류는 퇴화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의 유일한 무기인 이성을 비인간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그럼 점을 오히려 역이용한다면 미래는 여기 있다. 자신의 생각 기술을 남들보다 키워놓아 우월한 위치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식 기반의 현시대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원하는 바를 점점 더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저자 말처럼 생각을 습관화해야 한다. 생각의 틀을 정비하고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올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해 동료들과 협업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3.7.21
추신
공학자답지 않게 간결한 문체가 좋았던 책. 표현마저도 갈고닦았을 저자의 노력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