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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TING/AI

혼공 학습단 9기 활동을 회상하며

안녕하세요 기타 연주회가 코앞에 앞두고 있어 무척 떨리네요. 
이번에 회고 이벤트를 한다길래, 어떤 내용을 담을까 일상 속에서 조금씩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까하다, 역시 처음은 이번 활동을 하게 된 연유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늘 생각지 못한 곳에서

 여러분들은 메모앱을 쓰시나요? 저는 작년에 1학년이 되고 나서, '노션(Notion)'이라는 앱을 안 후부터는 쭉 노션을 이용했었습니다. 노션을 쓰긴 쓰는데 연말쯤 되니 앱 자체가 굉장히 무거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키면 한 5초는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션에 대해 조금씩 정이 떨어지려던 차에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새로운 메모 프로그램을 알게 됩니다. 
 이 메모앱의 특징 중 첫번째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양식이나 디자인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CSS나 Markdown같은 언어를 사용자가 배우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생기는 것이 단점입니다. 또한, 노션에 비해 알려진 바가 적습니다. 그래서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서 구글링을 하다, 옵시디언 오픈 채팅방을 발견해 그곳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오픈 채팅방은 현 기준 700명정도 모여 있는 방입니다. 이 방에 딱히 글을 올리진 않았으나 제가 계속 눈팅한 결과로는 대단하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옵시디언을 비롯해서 다양한 IT정보들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그런 정보에서 혼공학습단 모집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옵시디언이 js를 사용할 수 있어서 누군가 추천해주신 것 같은데, 확인해보니 js말고도 다양한 컴퓨터 분야들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이라는 주제가 아무래도 눈에 먼저 들어왔고, 곧장 '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관심과 결핍 

관심. 그러나 곧 꺾이기 쉬운

 저번 여름방학 때, 의료 인공지능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학과 단톡방에 공지되었지만, 서울에서 열린 행사라 아무래도 제가 다니는 학교 친구들이 강연을 들으러가기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꽤 많은 동기들은 볼 수 있어서 적지않아 놀랐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리 동기들이 미래 의료에 대해 생각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죠. 그런데 이 기대는 곧 감쪽같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강연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이어진 강연이었는데, 글쎄 다들 점심식사를 먹고 다 도망치더라구요? 그 중 하나를 붙잡고 왜 그러냐 물어봤었는데, 그 강연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점과, 우린 원래부터 서울에 놀러올 생각이었음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더군요. 조금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그렇게 다들 보내줬었습니다.
가지 않고 남은 동기들이 대략 한 손정도 되었는데, 그 중 2명은 그 전에도 친했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교류를 하며 지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초반에 같이 강원도 여행도 다녀왔었네요. 아무튼 이 둘이 제가 전적대 나온 배경도 알 정도로 친하다보니, 제게 인공지능 관련 모임을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계속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의견을 들을 때마다 별로 탐탁치 않더라구요. 모임을 만들어 참여하는 자들이 과연 서울에서 도망쳤던 그들과 다를까. 저는 솔직히 별반 다르지 않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여행때, 이번에도 그 친구들이 어필하길래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단톡방을 파고, 이번 혼공 학습단 모집 공고를 올리며 이번에 머신러닝을 같이 한번 배워보자고 강하게 어필했었죠.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 파이썬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어야 했기에, 새해가 오기전에 6시간짜리 파이썬 유튜브 강의를 알아서 마치고 새해부터는 함께 학습단 활동을 진행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이들이 이것을 잘 해낸다면, 정말 제 꿈에 있어서도 든든한 동료가 될 것이라는 나름의 희망이 싹 텄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도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학습단 신청하고 제 친구들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없더라구요. 왜 신청하지 않았는지 묻자, 그 6시간 강의도 다 듣지 못했고 방학 때 과외하고 알바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죠. 여러가지 생각이 솓구쳤는데, 그냥 그럴 수 있지라고 되새기며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그 제가  만든 단톡방은 제가 공지를 올린 이후로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뭔가를 말하는 게 무가치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학습 과정

 그렇게 저는 정말 '혼자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으니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정말로 책 내용은 그러했고, 너무 어렵지 않게 순화해가며 집필한 게 느껴졌습니다. 시작 전에는 동영상 강의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잘 활용해볼 생각이었는데, 진행하면서는 굳이 필요하다고 못 느껴 전혀 시청하지 않았네요. 저같은 문외한도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교재였습니다.
  매주 진행해야 하는 챕터를 공부하고, 미션을 진행하고 학습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굿노트 정리, 블로그 글 쓰기) 챕터 내용이 재구성되고 나름의 의미를 가지며 제게 남는 게 꽤나 좋았습니다. 분량도 솔직히 말하자면, 오랫동안 질질 끌만큼 많지도 않아서 몰아서 공부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진행하면서 미리 다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었죠. 그런데 족장님의 계속되는 당부 - 주차별  분량을 그 주차에 완료하고 일상과 병행하는, 그런 학습활동이 되길 원한다는 말씀에 꾹 참았습니다.
 근데 이제는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분량이 적절하기 때문에 사실 맘만 먹으면 바쁜 일상속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6번, 모두가 약속한 주차별 과제를 진행하고 그것을 확인받는 과정은 차근차근 step 밟는 기분을 냅니다. 자신감을 줘요.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죠. 마감기한에 쫓기지만, 그럼에도 시간내에 어찌어찌 해내서 완료하고 피드백받는 과정에서 전 희열감까지 느낀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기르는 데 아주 좋은 활동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결핍은 나의 힘

  이외에 제가 이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결핍'이 있었습니다. 결핍 앞에서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겐 컴퓨터 분야가 그렇습니다.
 이 분야는 호기심 많고 이공계 계열에 관심있는 사람에겐 아주 노다지같아요. 오픈되어 있는 분야이기에 맘만 먹으면 한도끝도 없이 배울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창시절부터 은연 중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저 하라는 학교 공부만 했던 제게, 학교 공부가 아닌 컴퓨터 공부를 하고 멋들어지게 코드를 짰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컴퓨터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듣고만 있어야 했었죠. 그 땐 그 공부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학교 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어서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그러고 지금 대학생이 되고, 좀 더 자유로워지고 나서 이렇게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그 때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제 무의식에는 그들을 동경하고, 무지했던 그때의 제가 남아있나 봅니다. 그래서 학교에만 갇혀있었던, 그 순수했던 어린 제가 보기 딱해서 이렇게 발버둥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

 의료 인공지능 강연에서 강의 PPT를 받았었기에 가끔씩 들쳐보곤 합니다. 이번에 배운 혼공 머신러닝+딥러닝 책 내용이 강의 내용에서도 보일까 싶어 한번 다시 슥 봤는데,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딥러닝 분야를 계속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데이터 과학 관련해서도 공부해봐야 겠고... 다음 혼공학습단도 아마 비슷한 분야로 참여하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활동에 대해 느낀 점은 튼튼한 동앗줄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하면 좋을까요? 이번 겨울방학에 동기들과 여행도 가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고, 기타 공연도 준비하고 다양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그 일들을 든든하게 묶어 연결해주는 안정감있는 활동 경험을 얻은 듯 합니다. 아마도 나중에 이 때를 회상하면 이 학습단활동이 먼저 떠오르면서 곁가지로 이런저런 일들이 둥실둥실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그 동앗줄이 더 길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게 계속 나아가보도록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