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못 봤던 동기 만나러 시내에 나갔습니다. 근황 얘기하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일인 엘리멘탈이라는 영활 보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시험 전부터 보려고 벼려두던 영화입니다. 그런데, 요즘 디즈니가 제대로 삐딱선을 타는 바람에 알만큼 아는 동기들은 조금 거부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건 그거고, 그래도 이건 픽사가 내놓은 것일 테니 믿고 보자고 제가 졸라서 결국 보게 되었습니다 ㅎㅎ
이 영화는 3D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PIXAR의 26번째 작품인데,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이 감독을 맡은, 다소 독특한 배경이 있죠. 그래서 영화에 중간중간에도 우리 문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조금 뒷전에서 다루기로 합니다. 영화 제목과 포스터를 보시면 알겠지만, 물, 불, 흙, 바람 등 여러가지 원소들이 살아가는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줄거리
다양한 원소들이 살아가고 있는 엘리멘탈 시티. 그곳에서 엠버네 가족은 불 속성 원소들을 위한 가게를 차리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딸 앰버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가게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을 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결국 앰버는 손님에게 불같은 화를 표출하고 만다. 그렇게 화를 제어하지 못하던 도중, 마술램프 지니와 같은 요상한 물 속성 원소, 웨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총평 (***스포 주의***)
대충 줄거리와 두 주인공을 보면 알겠지만, 주제는 금단의 사랑, 그리고 이민자, 자아실현 등입니다. 앰버는 어쩌면 가게에 틀어박혀 살 인생을 웨이드를 만나 180도 변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죠.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앰버는 사랑 앞에서, 또 자신의 미래 앞에서 여러번 고민하고 부딪치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참 다행인건 웨이드가 물속성답게 굉장히 유하고 솔직했다는 점입니다. 그덕에 갈팡질팡하고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었고, 결국 앰버와 웨이드는 모든 장애물을 넘어서 하나로 나아갈 수 있었지요.
이민 모티브는 불 속성의 엠버 아버지, 아슈파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슈라는 파이어랜드에서 새 꿈을 찾아 떠난 자입니다. 떠날 때, 그는 그의 아버지께 인정을 받지 못했죠.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엠버의 꿈을 응원하고 맞절(큰절)하는 모습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과거를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는 K-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외간 남자(?)인 웨이드를 시험해 보는 것도 그렇고, 불 속성이 다른 속성에 비해 차별받는 일에 분개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지킬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죠. 이런 점도 참 괜찮았어요. 확실히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 특유의 감성을 참 잘 알고 반영시킨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에는 그리고 명언이 넘쳐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디쇽! 영원한 빛은 없다는 뜻입니다. 늘 모든 것엔 때가 있고 그때에 타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정말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두 주인공의 격하고도 부드러운, 그리고 둘의 속성을 서로 이해해 내는 과정은 하나의 청춘 이야기 같고 그때에만 빛날 수 있는 것이었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도 저 둘처럼 놀라운 상대를 만나 낭만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삶이 변화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아마 난.. 안 될거야)
그리고 영화 중반부 즈음에 모든 속성 원소 앞에서도 꽃을 피우는 생물에 대한 씬이 나옵니다. (이름이 6글자였는데 기억이..) 이 신을 그린 이유는 아마도 이 꽃을 관람받는 데에 제약이 있었던 불 속성 앰버가 차별을 이겨내는 것에 있겠죠. 웨이드와의 낭만적인 수중 여행은 덤이겠구요. 그런데 참 재미난 게 그 꽃들에 앰버가 가까이 다가가면, 앰버의 화사한 열기와 빛으로 환하게 피어납니다. 이 부분이 너무 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어쩌면 이 생물은 모든 속성 원소 앞에서 꽃을 피우는 것보다는 모든 원소를 필요로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저 위험하다는 이유로, 불을 멀리했던 그간의 시선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게 참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홍보 영상에는 따로 담진 않아서 사진은 못 올리겠네요...
여담으로 영상미와 ost 모두 맛깔납니다. 영상미는 무슨 사이버펑크처럼 미래세계를 그려놨어요. Ost는 뭐랄까 비트가 빠르고edm 같은 전자음이 많이 들렸습니다. 근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어요. 엘리멘탈 시티에는 구세계와 신세계가 모두 공존하는데, 이걸 신세계만 너무 강조한 기분이었습니다.조금 더 민감하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중간에 앰버가 조금씩 변화하는 씬,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 부분에 들려오는 노래가 주제가인 것 같더라구요! 노래가 왠지 익숙하고 좋았어서, 한번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제목이 'steal the show'인데 웬걸? Lauv가 불렀더라고요. 제 최애 가수 중 하나인데... 한동안 이것만 듣게 생겼네요 ㅋㅋ..
2023 6 21 전주 조이앤시네마
참고자료
사진자료 - Pixar 공식 홍보 영상 [엘리멘탈] 메인 예고편 - YouTube
왓챠피디아 - 엘리멘탈 엘리멘탈 (2023) - 왓챠피디아 (watc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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