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최근에 영화 '밀수'를 관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최신작 '더 문'을 보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가족들 대신 고등학교 동창들과 보고 왔죠. (비공식작전을 더 보고 싶었지만.. 친구들 중 한 녀석이 이미 볼 예정이라고 하는 바람에 이걸 대신 보게 되었네요 아쉽!)
게다가, 이번에 관람한 곳은 동인천의 '애관극장'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영화관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독특한 공간이더라고요. 크기는 아담했지만, 곳곳에 애관극장만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외로 관람객들도 많아서, 직원이 티켓 검사도 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요즘 CGV는 다 무인으로 처리하려고 하던데. 조금은 고전적이었지만 오히려 애관극장 정서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줄거리
2029년 달 유인 탐사선 '우리호'가 힘차게 날아간다. 이 우리호에는 5년 전 공중 폭발로 산산조각 난 '나래호'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있는 탐사선이기도 하다. 그렇게 순조롭게 비행하던 우리호는 갑작스러운 태양풍으로 인해, 탐사선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수리하러 탐사선 밖으로 나간 선배 우주인 2명은 추가적인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 그렇게 탐사선에 혼자 남겨진 '황선우' 대원(도경수). 그는 최선을 다해 달 탐사 임무를 이어나가고, 동시에 죽은 2명의 대원들을 위해 지구로의 귀환을 꿈꾼다. 지구에 있는 한국 우주국 역시 비상이 걸리고, 황선우 대원을 무사 귀환시키기 위한 처절한 공방전이 계속된다. 과연 황선우 대원은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감상
한국식 우주 sf영화, 은근히 순조로운 탐사
우리나라에선 sf영화를 도전하기 쉽지 않죠. 많은 제작비가 들뿐더러 흥행을 한 소재가 더더욱 아니니까요. 그런 와중에 '신과 함께'를 감독하셨던 김용화 감독님께서 맡아 제작하신 영화기도 하죠. 제작비가 280억 원이나 들었다고는 하지만, 할리우드 sf영화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비용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초반부에 원가절감(?)한 요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히 중력 훈련받는 3명의 대원들이 짧게 나오는데 표정 진짜 웃겨가지고는 ㅋㅋ 의외의 곳에서 빵 터지더라고요. 뭔가 뭔가 스토리와 연관된 지구씬은 허술한 연출이 보이는데, 이게 딱 용인해 줄 수 있는 마지노선 느낌이라 저에겐 개그포인트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웅장한 우주와 달의 연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느낌이라, 더욱 대비되는 듯했죠. 이런 거 하나하나가 뒤에서 말하겠지만 조금은 일관성 없는 연출로 여겨질 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일반적인 관객 - 그리고 조금은 과학을 아는 제가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든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 정도는 할만한 한국식 sf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조금 특별한 액션신을 생각하시고 계시다면, 이번 더 문은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태양풍과 유성우라는 두 가지 변수를 맞이하는 것을 영화화했죠. 특히 유성우부터는 달에서 찍은 인상을 받게끔 촬영했습니다. 달 탐사 차량을 타고 유성우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리고 영화 편집사도 꽤나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아요. 사운드도 웅장하고 뭔가 그 sf 느낌을 잘 냈더라고요. 이것저것 볼거리는 많은 영화라 김용화 감독님 식 신파를 견딜 수 있다면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수 표류기, 이거야 말로 미래의 로빈슨 크루소가 아닐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도경수 배우를 최선을 다해 쪽쪽 빨아먹는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도경수 배우가 황선우 대원을 연기하면서, 그 작은 탐사선에서 온갖 곤경에 처하거든요.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리저리 나뒹구는 모습이 정말 자주 연출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가 뭔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진짜 힘들어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배역 캐릭터에 맞게 단단한 정신력과 연기력을 갖춘 젊은 남자 배우는 확실히 도경수만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의 300년은 족히 된 소설 하나가 있죠. '로빈슨 크루소'라고 대니얼 디포라는 영국 작가가 쓴 다소 독특한 생존형 소설이죠. 소설 중에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원주민과의 교역을 위해 배를 타고 외딴섬을 가다, 그곳에서 붙잡혀 버립니다. 그러다 그 무리를 탈출해 다시 안정된 생활로 돌아가지만, 곧 다시 배를 타버리고 말죠. 그러다 난파된 이후에는 무인도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저는 이 소설과 이 영화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작품 모두 인간 문명이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고 뻗어나가려는 욕망으로부터 가능한 조난 시나리오라는 점이죠. 로빈슨은 새로운 거래처, 새로운 문명을 찾아 마치 콜럼버스처럼 항해하러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우주 관련 사람들은 지구를 넘어 달로 보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죠. 과연 달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우리는 이 '달'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난쟁이가 그리워하던 달나라, 그리고 이젠 달로 가려는 사람들
2022년 12월 25일, 성스러운 성탄절에 우리 문학의 별인 조세희 작가님께서 별세하셨죠. 그를 상징하는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일 겁니다. 이 작품에서 '난장이'라고 불리는 세 남매의 아버지는 남들로부터 손가락질받으며, 겨우 노동을 이어나가죠. 그것마저 쉽지 않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던 작은 집을 재개발로 내놓아야 할 때 즈음, 지식인인 지섭을 만나 '달나라'를 동경하게 됩니다. 이 지옥 같은 지구에서 살아가면서도, 천국과 같은 달나라, 이상향을 그리는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공장 굴뚝에서 비행기를 날리며 추락하는 장면은, 그의 뒷모습에 비친 환한 달나라와 대비되어 비극을 극대화하죠.
비슷한 논리가 이 영화에도 숨겨져 있습니다. 황대원의 두 선배는 탐사선을 수리하면서, 여러 가지 잡담을 늘여놓습니다. 한 대원이 현 태양풍 사태에 두려워하는 심정을 내비치자 그중 최고 지위로 여겨지는 대원이 그런 말을 합니다. 자신이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 저 지구가 지옥이라고, 아무런 굴레가 없는 조용한 이 우주와 달이 자신에게 천국과 같다고 말이죠. 누구보다 우주를 동경하고, 힘든 훈련들을 견뎠을 그지만, 동시에 그런 훈련들보다 속세의 짐이 더 곤란하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었죠. 이런 이상향이자 도피처로서 달은 최적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 우주 관리 요원들이 달로 탐사선을 보내는 목적은 조금 달랐습니다. 틀어진 국제 우주 연맹국과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선, 한국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우주 탐사 미션에 성공하는 게 필요조건이었던 것이죠. 그것을 위해 그네들은 달로 향했습니다. 미국다음으로 달로 유인 탐사선을 보낸 국가로 인정받고, 달의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기록을 남김으로써 과학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속셈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달 근처에 있던 우주 정거장의 설득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상징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며 영화는 마무리되지요.
달나라 같은 이상향과는 조금은 다른 목적이죠? 그렇지만 저는 두 의도가 결국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봐요. 달로 쏘아 올린 사람이든, 달로 가고 싶은 사람이든, 그들은 변함없이 달을 향해 소원을 빌고 있었어요. 누구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누구는 우주 연맹 관계가 조속히 개선되게 해달라고 말이죠. 옛 우리 선조들이 둥근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던 것만큼이나,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가슴에 품고 달님께 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이게 영화일까. 영화라는 매체를 잘 활용하지 못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신파 요소를 제거하면 딱 시각 효과가 극적인 과학 다큐멘터리겠더라고요. 그만큼 과학적 고증은 잘 된 인상을 받았지만, 이 작품이 상업영화라는 딱지를 달고 나왔을 때는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스토리도 이것저것 뒤죽박죽이 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유명 sf 영화 요소들을 차용한 듯한 스토리와 장면들은 관객들이 거부감이 들었어도 할 말이 없죠. 그리고 표류하는 황 대원과 지구에서 온갖 갈등을 겪는 김재국(설경구) 센터장의 이야기는 너무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몰아가는 게 아닌가 했어요. 일관성이 부족한 느낌? 물론 이런 뒤죽박죽 스토리였어도 저는 다른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껴서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런 요소를 전혀 찾지 못한 관객들은 충분히 낮은 별점을 줘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에 영화광이 제 친구도 보고 나서 스토리가 너무 별로였다고 했으니까요. 우리나라 sf영화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선 신중한 고려를 하고 보러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3 8 3
동인천 애관극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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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더 문'은 체험형 영화… 우주도 웅장하게 잘 나와" | 연합뉴스 (yna.co.kr)
캡처 사진 출처 : 유튜브 공식 예고편 [더 문] 나랑 달 보러 갈래? 🌕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CJ ENM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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