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반이라는 꽤 긴 러닝타임에 망설여졌던 영화. 그러나 내가 전부터 존경해 온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했다는 정보를 듣고는 무조건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당시가 4월 5일로 학기 중이라 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주변에 상영관이 거의 전무했는데, 간신히 메가박스에서 저녁 8시 타임 하나 있는 걸 확인하고는 동기들과 보러 갔다.
감상
영화는 기록한다, 그것이 거짓될지라도 무엇이든지
인생은 예술 같지 않다.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는 스필버그의 일생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나 역시 스필버그 관점에 가깝다. 그 이유는 영화는 무엇이든, 영상이라는 매체의 힘을 이용해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허구일 수 있지만 현실을 기록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며 그 '이야기'는 대중들 앞에 서서 '힘'을 얻는다.
이야길 담을 수 있는 영화, 그것을 영리하게 담아낸 스필버그
이번 학기 인문학 수업에서 이호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짓말과 헛소리, 관습에 대해 생각해 보자. 헛소리는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거짓말은 그렇지 않으나 진위가 다른 것. 관습은 진위가 다를 수 있는 과거력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거짓말과 관습은 아예 나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선 커다란 동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이야기'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라는 것은 얼마든지 거짓말과 관습으로 범벅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힘을 얻은 이상 진위 여부는 의미가 없어진다.
스필버그도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 영화화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라는 것도 이야기 못지않게 실은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영상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그 안에는 수많은 이질적인 것들이 얽혀있고 그것들이 한데 뭉개져버린다. 마치 진위 여부를 알지 못하는 '이야기'처럼. 스필버그는 '영화'의 형태를 빌려, 자신의 유년기를 파벨만스로 '이야기화' 했다.
이상하게 공감되었던 이야기
이야기는 강력하게 가슴 후벼 팠다. 스필버그의 가정의 파벨만 부부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던 부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각나버리는 과정이 너무 적나라했다. 엄마 쪽이 먼저 불륜을 저질렀고, 이 부분에 대해 내 동기들은 거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공감할 수 있었다. 가정을 위해 자신의 꿈(예술)인 피아니스트를 내던진 그녀가 잡을 수밖에 없었던 건, 따뜻했던 베니의 마음이었을 테니까. 꿈과 재능이 많았던 나의 엄마가 겹쳐 보이는 듯했고, 엄마와 전날 대판 갈등이 있었던 터라 더욱 마음이 찡했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신에 못 이룬 꿈을 대신 자식들로 넘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아버지는 내게 실력 있는 의사와 성공한 사업가의 꿈을, 나의 어머니는 원하는 공부를 이어가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꿈을 말이다. 나는 어쩌면 이를 다 알고 있었음에도 모른 척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주인공 새미처럼.
인생은 신기루 같은 예술과도 같기에, 내가 기록해 나갈 이 '영화'에 한 장면 장면을 만들어가도록 나아갈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2023 4 5
전주객사 메가박스
참고 자료
네이버 영화 정보 파벨만스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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