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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남자가 사랑할 때] 이 남자가 한 여잘 사랑하는 법

포스터만 보면 황정민 님이 세상 좋은 사람처럼 그려져 있네

배경

젠틀한 황정민이 웃고 있는 모습에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저는 요즘 다시 영화 보는 맛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번 여름방학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학하고 5개 정도 본 것 같습니다. (다 리뷰 남겨야하는데 언제 다 써..) 앞으로도 더 영화볼 시간은 없어질 테니까, 최소한의 교양은 쌓는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볼 생각입니다. 당연히 독서도 꾸준히 할 것이고요 ㅎㅎ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황정민 배우님께서 주연을 맡은 '남자가 사랑할 때'입니다. 제목부터 상남자의 러브스토리가 그려지지 않나요? 저는  이번에 1월 3일에 가족들과 천안으로 놀러 갔는데, 묵었던 숙소에서 netflex로 이 영화를 관람했었습니다. 로맨스, 액션, 한국 영화.. 우리 가족 취향에 교집합 되는 영화를 찾다가 발견했던 영화네요. 이 영화는 전에 황정민 배우님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감명 깊게 보고 나서 필모를 쓱 보다가 봤었습니다. 이 영화도 꽤 평이 좋아서 한 번쯤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새삼 반가웠죠. 그래서 우리 가족은 밤새 여행 피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쉴 새 없이 봤었습니다. 어떤 영화였을지 바로 가보시죠!
 

줄거리

주인공 태일(황정민)은 벌써 사십줄에 들어섰는데, 인간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채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결혼도 못한 채, 버스기사인 아버지(남일우)를 모시고 사는 형인 영일(곽도원)네 집에서 얹혀 산다. 그는 집안에서 형네 부부에게 치이고, 심지어는 중학생 조카(강민아)에게도 삥을 뜯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태일은 대금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 병원에서 병상에 누워있는 채무자와 그의 딸 주호정(한혜진)을 만나게 된다. 호정의 미모에 단번에 반해버린 그지만, 일을 하러 온 그이기에 대금을 치를 수 없는 호정을 협박해 각서를 받아낸다. 그러나 너무나 호정을 만나고 싶었던 그는, 그 나름대로 그녀에게 접근하려 한다. 그러나 호정은 그런 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강렬하게 밀어낸다.
그러던 중, 태일은 자신의 일을 수주해주던 상사이자 친구인 두철(정만식)에게 호정과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문서를 자신에게 맡겨달란 부탁을 한다. 그리고 태일은 호정에게 다시 한번 접근한다. 새로운 각서를 손수 그려, 조각 그림의 횟수를 다 채울 때까지 자신을 만나주면 이전에 썼던 각서를 무효시켜 주겠다는 것! 그녀는 허구한 날 깡패짓하고, 담배 태우는 그가 못 미더웠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약속에 동참한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과연 이 두 사람의 쩐내 나는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총평

황정민이기에 소화할 수 있었던 건달 태일

황정민 배우의 연기는 사실 말할 필요가 없죠. 최근에 한국영화 계에 큰 바람을 일으킨 영화 '서울의 봄'에서 핵심 주연이었던 황정민 님께서는 가히 영화를 '찢어'놨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개떡 같은 캐릭터가 들어와도 찰떡같이 소화시켜 버리는 그의 연기는 독보적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과연 우리 한국 배우 중에 이 태일이라는 캐릭터를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제가 생각하기엔 전혀 없어요. 태일이라는 캐릭터는 작중에서 건달 특유의 당당함과 무자비함을 보여주지만, 곧 사랑에 빠져 한 여자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자칫하면 전개과정에서 매력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영화가 보여줘야 할 개연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거든요. 그런 걱정을 황정민 배우는 싹 날려버렸습니다. 그의 연기는 태어나서 처음 사랑에 빠진 건달이 뭔지 눈앞에서 보여줬습니다.
또, 태일은 건달이기도 하지만 동업자인 친구와의 의리도 곧 생각하는 사나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중반부 즈음부터는 친구 두철에게 배신당하고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처절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전혀 돌려줄 것 같지 않았던 두철이지만, 태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호소로 결국 돈을 찾아오게 되죠. 친구앞에서 무릎 꿇고 돈 달라고 눈물 흘리는 모습은, 돈 때문에 처절하게 살아왔던 그의 인생과 맞물리면서 묘한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이 것마저도 황정민 배우의 연기 때문에 더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첫눈에 반해버린 태일(황정민)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하자는 두칠의 꾐

 

군산이라서, 더 친근하고 아름다웠던 영화

여러분은 군산이라는 소도시를 아시나요? 전북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인 군산은 구도심의 이미지를 한껏 머금고 있습니다. 군산시도 이를 잘 아는지, 과거 최초의 철도길이 들어섰던 것을 테마로, 철도 군산 여행을 강력히 밀고 있죠. 덕분에 제 기억속 군산은 적절히 구와 신이 철도길로 잘 연결되어 있는, 꽤나 낭만적 도시로 남아있습니다. 영화도 비슷합니다. 호정의 직장인 수협 은행과 3~4층 남짓한 건물들, 그리고 자갈밭과 철도길, 둥근 초록색 버스... 하나하나가 군산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고, 그 색이 빛과 만나서 아름답게 반짝였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듯, 태일에겐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군산이 제게는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산이라는 곳은 이 영화의 주연들의 이미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멋진 공간임에는 분명했습니다.

군산에는 멋진 옛 철길들이 많답니다

 

기꺼이 모든 걸 내어줄 수 있는 사랑

여러분들은 내가 쌓아온 전부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나요? 내 생명까지도요. 적어도 이 영화속에서 태일과 호정은 서로의 모든 것을 꺼내놓았던 사람들이었어요. 전부를 꺼내보였지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돈', 물질이었어요. 그들은 서로의 속마음은 꺼내보이지 못한 채로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애초에 사는 곳이, 일하는 직종이, 말하는 표현이 다른 둘이었기에 어긋나는 일은 필수불가결했죠. 그렇지만 그 오해마저도 둘은 사랑으로써 이겨내고 눈물로써 지워냅니다.
그리고 영화는 참 멋진 결말에 도달합니다. 아버지를 잃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고 다시 혼자가 될 호정에게 태일은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녀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이죠. 그녀는 태일의 아버지를 보면서 그를 떠올리게 되고, 똑같이 태일의 아버지는 태일이 남긴 그녀를 보면서 태일을 떠올릴 겁니다. 평생 속 썩이는 자식이었음은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품는 게 부모의 사랑이니까요. 태일은 존중받지 받지 못하는 건달의 삶을 살았지만, 그의 말로와 사후는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서, 정말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사람이라면 응당 받을 수 있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희망하면서 올해 첫 영화 리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을 만나 점차 변화하는 태일, 그리고 그의 마음을 아는지 얼른 결혼하라는 태일의 아버지

2024 1 3
천안아산 여행중 숙소에서

 

참고자료

사진자료 : ‘레트로 핫플’ 경암동 철길마을 vs 열차도 서지 않는 호젓한 임피역 (hankookilbo.com)

영화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Zap4JRfTA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