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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3일의 휴가] 내가 당신을 기억하는 방법

배경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그동안에 저는 굉장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했어요. 방학하고 집으로 복귀해서, 다음 날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과 외출했습니다. 어머니께서 '3일의 휴가'라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다같이 보러갔습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와서 팝콘과 음료수를 들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모처럼 휴가 나온 기분이랄까요. 이렇게 가족과 일상을 영위했던 적이 언제였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저희는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푸른 하늘빛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줄거리

어느 한적한 시골 동네의 자그만한 학교. 교실에 덩그란히 앉아있는 한 중년여성, 박복자(김해숙)가 보인다. 그러고 양복을 입고 태블릿을 든 채 다가오는 남성(강기영). 그는 자신을 '가이드'라고 칭하며, 백일장 입상 보상으로 3일간 지상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게끔 휴가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복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우크라이나(?)대학에 교수로 있다는 자신의 딸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 즉시 딸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왠걸, 딸 방진주(신민아)는 미국에 있긴 커녕, 생전 자신이 운영하던 시골 백반집과 주택에 거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수자리는 어떻게 하고 이곳으로 들어온 걸까? 귀신이 되버렸지만 여전히 분통 터지는 엄마와, 고집스럽게 말을 듣지 않는 딸의 생사를 초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상

사후세계를 다룬 다소 독특한 소재

내가 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죽는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뿐더러, 상상하는 일은 어두운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해 마음속을 캄캄하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후세계를 그려낸 작품들은 꽤나 흥미롭죠. 시리즈 모두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신과 함께'도 우리나라 스타일로 사후 세계관을 잘 그려냈습니다. 사후 세계는 또 상상력이 마구 발동할 수 있는 좋은 소재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PIXAR는 사후세계를 다룬 '코코'와 사전세계도 다루는 '소울'을 통해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3일의 휴가 역시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타지 작품처럼 정말 사후세계를 창작해 그려낸 것은 아니고, 사후세계에서 이승을 3일간 구경하는 방식으로 조금은 간결하게 이야기를 전개하지요. 그래서 주인공인 박복자는 사후세계의 존재이기에, 이승에 있는 딸 진주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룰입니다. 그래서 진주를 보며 속 터지는 엄마의 심정을 여러가지 표현으로 드러내는 게 재밌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김해숙 배우님이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라 이런 이세계(?)존재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셔서 보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딸이 엄마를 기억하는 방법

영화의 초중반부를 감상하다보면, 이게 영화인가 싶은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을 담아내는 하나의 '다큐멘터리'같거든요. 그래서 딸 진주는 엄마가 만들어주던 먹거리를 따라 만들면서 먹으며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특히 만두에 꽂혀서 백개는 넘게 만두를 만들어봤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엄마만이 만들 수 있었던 만두의 맛을 기억해내어 따라만드는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은 딸이 정말로 간절하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딸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만큼, 엄마도 딸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손만 뻗으면 잡힐 딸을 눈 앞에서 보고 듣고만 있어야 하는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교수 자리도 포기하고 엄마가 있던 곳을 배회하는 딸을 보며, 엄마는 속이 타들어가지만, 이내 딸이 겪었을 아픔을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지는 모습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어 멀어지지만, 결국 이들에겐 '피는 물보다 진한' 그 무엇이었습니다. 


담백하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출

영화는 중반부부터 관객들의 눈물샘을 마구 자극합니다. 이것저것 씬들이 많은데, 영화관 내에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더군요. 저는 아들이라그런지, 그리고 어머니와 사이가 좋은 편이라 그런지 그냥저냥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다다르면서 영화가 저에게 혼신의 일격을 가하더라고요.. 복자가 썼던 멈춰진 일기장에 다시 삐뚤빼뚤한 글씨로 진주를 향한 편지가 펼쳐질 때 마음이 너무 찡했습니다. 잠시 생겼다 없어지는 새벽의 이슬처럼, 복자는 그렇게 진주에게 왔다가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말하면 너무 스포일러이고 감동이 없을 것 같아서 이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눈물을 흘리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2023 12 16 오후 1시
학익CGV

 

참고 문헌

사진자료 : 천만영화 예약 '신과함께2' 베일 벗는다 :: 네이버 TV연예 (naver.com)
사진자료 :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코코’ | ㅍㅍㅅㅅ (ppss.kr)
[3일의 휴가] 메인 예고편 공개!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