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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상자/글

감기와 동화

오늘 할아버지 댁에 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께서 천안여행 다녀오시고 나서는 A형 독감으로 고생 중이라 걱정이다가 주였다.
최근 내 주변사람들도 감기로 힘들어해서 안타깝다는 말을 더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께서 어릴 적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콩나물 국을 해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매우 뜨겁고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콤한 국. 그것을 먹고 누우면 아주 뜨겁고 매워서 눈물 콧물 땀 쏙 빼놓고 잘 수 있었다고 하셨다. 의대생인 나에게는 턱도 없는 방법이라고 코웃음 치셨지만, 나는 꽤 재미난 요법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약을 쓰는 것보다, 먹거리로 안전하게 땀을 내고 열을 내릴 수 있었을 테니까.

현대 시대에는 약이 만능으로 여겨진다. 머리가 아프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 사다 먹으면 되고, 배가 더부룩하면 소화제 사서 먹으면 된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타미플루 아류작인 한미플루 약을 드시면서 독감과 싸우고 계신다. 사실 약이 없으면 병마를 이기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약은 현대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럴수록 나는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사람의 치유력을 믿고, 사람의 면역력을 믿는다. 아프고 나서 치유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엔 현대의학이 보여주지 못하는 힘이 있다.

매콤한 콩나물국 (사진출처 : https://m.blog.naver.com/hmlove97/223177094930?isInf=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