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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상자/글

대화중 : 심각한 저출산 현실

저희 아버지께서 간암 때문에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한 후, 오랜만에 저희 가족은 담소를 나눴습니다.
아버지를 둘러싸고 제 어머니, 저의 형 그렇게 이불위에서 얘기를 나눴죠.
우리 가정은 아버지덕분에 정말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래도 사람은 착하잖니(?)로 논의는 귀결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없는 여동생 얘기도 좀 하고, 그리고 나아가 우리 나라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서 형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네요.

뭐, 직장에 다니는 사회 초년생 입장일테니 다들 연락이 잘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지만, 다들 변변치 않는 수입과 녹록치 않는 현실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저희 형이 얼마전 예비군 5년차 소집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때 대략 비슷한 처지의 예비군 90명정도가 모였었다고 해요.
그 때 예비군 대대장이 인원이 다 모이자마자 그런 말을 했답니다.
"이중에 결혼한 사람있으면 손을 들어보게"
과연 얼마나 손을 들었을 것 같나요? 그래도 전역한지 5년이상 지났으면 서른 줄에 들어선 사람도 있을테니 10명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 형을 포함한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해요.

대대장은 그 소집에서 진지한 태도로 결혼을 해 많은 자식을 남기라는 말을 계속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이 나라는 망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이죠.
저희 형도 이 현실이 꽤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자기 몸도 먹여살리기 힘든 마당에 홑몸이 아니게 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었습니다.

새로운 청년들이 공급되지 않는 나라는 당연히 하락 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습니다.
푸른 혁신과 비전이 나라에 보이질 않고, 점점 그들의 머리카락 색처럼 회색빛으로 세상이 어두워지고 말겁니다.
이 나라는 이미 OECD 국가중 최하위 출산율인 0.7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자꾸만 초혼 나이는 늦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뾰족한 수를 세우질 못하고 있고 계속 출산율은 고꾸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 동기들은 많은 수가 이민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
이민 간 그 땅에서 환영을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이 나라에 희망을 거는 것 보다 그 편이 낫다 판단내린 것이죠.
저도 이성적으로는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는 싶으나, 이 땅에 아직 남겨져 있는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것마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어쨌거나 케어해야 하는 소중한 분들이고 그럴려고 열심히 공부중이니까요.

그러나 더 장기전으로 생각했을때는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제 자식을 남기기엔, 이곳에서 자식들에게 부여될 많을 족쇄들이 매우 마음에 안 들거든요.
이기적일수도 있겠지만은, 그 족쇄를 차고 있는 제게는 그렇게만 해석됩니다.
이 나라가 적어도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나라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청년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제약을 최대한 걸지 않고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러합니까?
성인 남성은 최소 1년 반을 군에 복무해야 하며, 그 시간을 최저시급도 못받으며 잡혀있어야 합니다.
제대하고 나면 남은 학기를 졸업하고 취업해야 하는데, 군가산점도 폐지되었고 그 어떠한 도움없이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라는 청년들의 스타트업과 자립을 돕는답시고 그들에게 돈을 주며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작 그것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자신들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돈을 누가 타 먹는지도 분명치도 않고요, 그렇게 지원하는 일은 그들의 생활비 지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입니다.
그렇게 청년들은 과거와 달라진 현실과 부딪치며 치열하게 생존해나가야했고
그 결과 지금의 암담한 미래의 한국이 탄생했다고 보여집니다.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정말로 그 대대장처럼 여럿 자식을 남기며 출산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절대 청년들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환경속에서는 정말 힘든 도전일 것일테니까요.
총선을 앞두고 서로 싸우고 있는 그 마당에
이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청년들의 목소릴 들은 적이 있냐고도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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