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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마음의 오류들] 새로운 마음의 생물학의 시대를 열 수 있게

실제로 보면 표지가 되게 예술적이다

 

신경해부의 연장선에서 이 책을 만나다

저번학기 신경해부학을 배울 때 흥미롭게 공부했었다. 신체 장기는 워낙 익숙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별로 없는데, 뇌는 모르는 부분도 많고 사람에게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달여간 공부를 진행하면서 이 조그마한 머리통 안에 인간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들이 들어있음을 실감했고, 추가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어머니께서 좋은 기회를 받으셔서 한 25만 원 상당의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과 추가로 신경과학 도서들 몇 가지 검색해 알려드렸다. 이 책들은 바로 우리 집의 내 책상 위로 겹겹이 쌓였고, 나는 이것들을 방학 때 하나씩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꺼내든 책이 바로 '마음의 오류들'이다. 신경과학 도서 중에 가장 얇은 편이었고(그렇지만 400페이지에 육박했는 걸 ㅠ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썼다는 홍보멘트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맨 위에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꺼내든 이 책, 나는 방학 중에 조금씩 읽어가면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의외로 재밌어서 다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탄탄한 신경과학 배경지식과 11가지 뇌과학 테마여행

이 책은 솔직히 비전공자가 읽어도 괜찮을 정도로 설명을 잘해두었다. 원래 노벨상 수상자들은 고지식해서 독자들 개의치 않고 어려운 용어들을 남발하는데, 이 책은 충분히 견딜 수 있게끔 해두었다. 그런 용어들조차도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나중 가서는 친숙해진다. 예를 들면 이마 앞겉질(prefrontal cortex)이나 편도체(amygdala) 같은? 그래서 신경해부 때 배웠던 용어들이 속속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복습하는 효과를 내주어 좋았다. 비전공자들은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쌓는 목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11가지 chapter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과와 정신과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 없이 우리 마음에 생긴 '오류'에 대해서 균형 잡힌 신경과학적 접근을 취한다. 의학자답게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지도 설명해 주고, 늘 미래 전망을 언급하면서 연구거리나 시사점을 제시해 주는 게 너무 좋았다. 조금은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질 '마음속 오류'에 대해서 적절한 깊이로 알려주었기 때문에, 내 동기들이나 후배들한테 적극적으로 권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뇌장애 : 골지

뇌장애라고 챕터명을 잡았지만, 실은 뇌를 분석하기 위한 여러 tool들을 설명하는 서문에 가까운 부분이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 챕터기도한데, 그 이유는 뇌 분석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신경해부 시간에 뉴런을 다루면서 길이에 따라 golgi type 1과 2로 구분한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근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고 왜 만들게 된 것인지는 교수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마치 과거에 신경과학자들과 대화하듯이, 역사적인 과학자들의 스토리를 풀고 기존 지식들과의 연결점들을 마구 제시해 준다. 골지라는 사람이 최초로 뇌에 염색을 시도했고. 뇌는 신경세포(뉴런)가 연결되어 있는 덩어리라는 걸 인류가 알게 해 주었구나, 그리고 이때 쓴 염색약은 AgNO3나 KCr2O3였구나. 이제야 머릿속에 흩어진 뉴런들이 시냅스를 이룬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자폐증과 우영우

2022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당시 우영우의 연기를 맡은 '박은빈'도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우영우가 앓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전 국민이 관심 가졌던 시기였기도 했다. 이때 논란 있었던 점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아이들이 늘 우영우처럼 비상한 능력을 가진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사회와 고립되어 평생을 고통받게 되고,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실제 환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말 그대로 '드라마'였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실제로 저자도 자폐 스펙트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자폐는 유전의 영향이 큰 질환이라 부모도, 자식도 마음 아파한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심지어 과거엔 자폐를 양육환경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자폐아를 돌보는 부모를 차가운 사람이라 칭하며 '냉장고 엄마'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 가정의 미래를 고립시켜 버릴 정도로 비참한 게 어쩌면 자폐 스펙트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폐증은 분명 삶을 힘들지만, 동시에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p.72)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수많은 심상들의 불빛으로 내면은 늘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연출이 나오곤 한다. 외부에선 볼 수 없지만, 자폐증을 앓는 우영우는 요동치는 파도와 고래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 책과 드라마 우영우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도 남들과 다른 멋진 내면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내게 알려주었다.

작중 자주 나왔던 우영우와 흰수염고래

 

운동 : 파킨슨병, 춤추는 도파민

내가 신경과학에 뜻을 두고 있는 까닭은 나의 할아버지 때문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대략 6년 전부터 파킨슨 증세를 보이시고 계신다. 늘 떨리는 몸을 이끌고 전철이나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만, 돌아오는 건 진행만 막을 임시방편에 불과한 약들 뿐이다. 늘 자식들을 위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으셨고, 여전히 꿈꾸는 것들이 많으시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하지 못한다니,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일인가!

이 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는다. 그렇다고 완치할 수 있는 방도를 여전히 못 찾고 있다.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노인성 질환이고 해마다 환자 수는 늘고만 있다. 조현병과 비슷하게 단백질 접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고 하지만, 이것마저도 단일한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도파민 분해 억제 약만 드실 뿐인 나의 할아버지를 보면,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감아버린다.

그런데 참 웃긴다. 나는 2주 전 꿈사다리학교에 가서 중학교 학생들을 만나 일주일간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 아이들도 그렇고, 나와 같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또래 대학생 멘토들도 그렇고 하나같이 도파민에 뇌에 절여있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감인 숏츠와 릴스를 무한 재생했고, 그것들을 생산하는 데 여념 없었다. 젊은 이들은 이렇게 풍부한 도파민으로 샤워를 하는데, 내 할아버지께서는 고갈되 가는 도파민을 어떻게든 붙잡아 세수라도 하려고 노력하신다. 그럴 때면 도파민이라는 게 '광대'처럼 현대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머리 위에서 춤추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 녀석을 어떻게든 잡아서 인류에게 '안정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야 말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이 외에도 이 책은 의식과 무의식, 조현병과 우울증, 젠더 등 뇌가 관여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글에 다 못 풀어놓을 정도로 깊고 풍부한 내용들이 많다. 조금은 학술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앞으로 읽어나갈 수많은 의학저서 중 가장 기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저자만큼 멋진 글과 연구를 토해낼 수 있는 신경과학자가 될 수 있게 남은 저서들, 그리고 읽어나갈 책들도 즐겁게 배워나가야겠다.

 

 

 

참고자료

마음의 오류들 - 예스 24 (yes24.com)

 

마음의 오류들 - 예스24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말하는, 우리 본성의 12가지 그림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올리버 색스, 하워드 가드너 추천 저자★ <뉴욕 타임스>, <허핑턴 포스트> 극찬★ 장동선 박사, 하지현 교수

www.yes24.com

사진자료 : "영우와 고래 썸네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매력 뿜뿜 < 연예일반 < 연예 < 연예· 스포츠 < 기사본문 - 데일리한국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