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웡카] 초콜릿을 베어 물면 입안에서 퍼져나가는 달콤한 상상

배경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제가 요즘 전주에서 공연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서울 사는 동기들도 하나둘 내려와서 함께 준비하고 있죠. 이 친구들이 1월이 거의 다 끝물이라 그런지, 그동안 안 쓰고 있던 영화관 티켓처리를 위해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더군요. 근데 딱히 볼만한 영화가 있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파투가 나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포기할 제가 아니죠. 저는 얼마전부터 영화 웡카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월말인 31일에 말입니다. (영화는 보통 수요일에 개봉함) 게다가 저녁 연습도 이제 없어져서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을 틈타서 제 룸메를 꼬드겨 같이 보자고 했죠. 제 룸메도 꼭보고 싶었던 영화라고 맞장구를 쳐줘서 바로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이 영화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격 작품입니다. 초콜릿 공장의 수장인 웡카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렇지만 원작과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영국작가 로날드 달이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리고 후속작인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에는 웡카의 과거는 딱히 다루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는 감독이 야심 차게 오리지널 이야기로 담아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보았던 영화와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왜일지 한번 알아보시죠!

티모시만 보이는 포스터(왼쪽) + 정겨운 영어원서 표지 (오른쪽)

 

줄거리

 
주인공 윌리 웡커는 단돈 12소버린을 가지고 배에 오른다. 그의 꿈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이다. 그는 수중에 돈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겁먹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특별한 초콜릿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배에서 내려 처음으로 도시에 도착했지만, 금세 돈을 다 써버리고, '블리처'라는 투박한 사내를 만나게 된다. 그는 무일푼인 웡카를 하룻밤 묵게 해 줄 여관을 소개해준다. 하는 수 없이 웡카는 (축약된) 계약서에 사인하고, 1 소버린 이상 벌어서 숙박비를 갚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여 다음날, 웡카는 백화점 앞에서 그가 만든 마술같이 놀라운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보고 충격먹을 먹은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은 곧장 경찰을 불러 내쫓아버린다. 그리하여 간신히 몇 푼 가지고 여관에 돌아온 웡카. 대금을 치르고 하루빨리 자리를 옮기고자 하는데, 여관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숙박비를 갚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15년간 여관 지하에 갇혀 '살아있는 빨래 기계'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지하로 추락하고 보니, 웡카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럿 보인다. 과연 웡카는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총평

당시 시대를 반영하는, 설득력있는 초콜릿 세계

처음 이 영화를 마주하면, 웡카에 집중하기라기보다 이 영화의 세계관에 대해 포커싱이 됩니다. 왜 웡카는 초콜릿 판매를 저지당해야 했으며, 이곳 도시의 사람들을 왜 이리 돈에 각박한지 말이죠. 영화를 보다 보면 딱 산업화가 일어난 산업도시의 느낌을 마구 받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건 이 도시 사람들이 초콜릿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3명의 초콜릿 카르텔이 초콜릿 공급량을 통제합니다. 그들은 부패한 성당 지하에 굉장한 양의 초콜릿을 저장해 두고, 그것을 희석시켜 시중에 비싸게 판매합니다. 다른 자들이 초콜릿을 파려고 하면, 초콜릿 뇌물을 무진장 받은 부패한 경찰이 이를 저지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왕국이 이 도시에 건설된 셈이고, 웡카는 혼자 그런 사연이 있는 이 도시에 도착한 셈이었던 것이죠.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농촌에 살던 사람들은 점차 도시로 인구가 몰리기 시작한다는 건 알고 계실겁니다. 이건 웡카에게 딱 맞는 이야기였죠.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웡카는 초콜릿의 '비밀'을 알고 있는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도시로 상경합니다. 그러나 그 도시는 초콜릿 공급이 제한된, 다소 문제가 있는 도시였죠. 사실,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한 도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초콜릿은 사치재처럼 작용할 뿐이니까요. 그러나 그것을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이 영화의 설득력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현대인들이 게임, 마약에 찌들어있는 것처럼 이 시대 사람들은 초콜릿만큼 강력하게 달달하고 중독될만한 수단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웡카 VS 카르텔처럼 선악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경합시킨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가 마치 동화 같다고 여기는 게 아닌지 싶네요.
 
 

보면서 지울 수 없는 '그 영화'

이 영화는 중간중간 영화 인물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노래가 제 두 귀를 싹 감는 노래는 딱히 없긴 했습니다만, 노래가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어요. 상황에도 딱 들어맞는 음악들이었고, 리듬감도 어마무시했습니다. 따분하고 무료한 여관 빨래 장면을 리드미컬있게 소화시키는 부분은 정말 재밌더라고요. 이게 영어의 힘인가? 그냥 대사를 뱉는 것 같은데, 노랫말 같고 정말 듣기 좋았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가 자주 떠올랐어요. 사실 위대한 쇼맨은 너무 강력한 ost들이 많죠. 비교 우위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색감이라든지, 인물들간의 협력, 갈등, 대립 상황이라든지 뭔가 틀을 만들어 복제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두 작품 모두 뮤지컬이라는 요소를 잘 녹여낸 것은 분명합니다. 쇼맨에서는 휴잭맨이 지상최대의 놀라운 서커스를 연출했다면, 웡카에서는 티모시가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어냅니다. 상상의 힘을 강조하고, 상상하는 만큼, 혹은 그것을 넘어가는 놀라운 비주얼을 선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과 귀 모두가 즐거울  수 있었던 영화였지 않았나 싶어요.

첫 뮤지컬 씬. 백화점앞에서 그의 꿈을 상상해보는 장면을 뮤지컬로 승화시켰다

상상은 티모시를 만나 색을 입힌다

앞서서 '상상'에 대해 이 영화가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말했었죠? 그래서 이 영화의 OST title 곡도 'Pure imagination'입니다. 상상만 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고 싶고, 현재 진행형인 웡카를 너무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공장씬과 맞물려서 바로 엔딩씬이 이어지며 등장합니다. 저는 이 순간에 가슴이 엄청 벅차올랐어요. 영화 자체는 밝고 명량하며, 화려하고 달콤한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구름이 지고 난 후 햇빛'을 선사합니다. 정말 멋진 영감을 관객들에게 안겨줍니다. 사실 스토리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티모시가 말아주는 노래와 연기, 몸동작은 이 영화가 충분히 볼 가치가 있음을 보장해 줍니다. 저는 이 장면으로 영화 보기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대견스러웠네요.
상상력만으로 허름한 공장에 색깔을 입히는 씬. 뮤지컬 음악과 티모시의 움직임, 잿빛 성에서 알록달록한 그의 공장으로 바뀌어가는 그 장면들은 마치 하나의 잘 만든 오케스트라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가 만든 변화무쌍하고 괴짜스런 초콜릿을 입에 베어문 기분이었다.
 

"이 세상의 좋은 일들은 누군가의 꿈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선보인 1964년, 그 이후로 어느덧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창작자와 배우, 독자들과 관객들이 이 시리즈를 지나왔고 사랑했죠. 그 배경에는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안겨주고자 했던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전달하는 사자로서, 티모시 샬라메는 충분한 스토리텔러였습니다.
 

끝으로

눈과 귀, 심지어는 혀마저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샌드위치를 챙겨가서 먹었는데 입에서 단내가 날지경이었습니다. 정말 영화가 달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요즘에 연주회 준비가 한창이라, 6시쯤에 연습 마치고 택시 타고 간신히 시간 맞춰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딱 10분이 지난 6시 25분에 바로 시작하더군요. 영화 보기 전 광고타임을 건너뛴 셈이었는데, 추가로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 행사로 저렴한 가격에 보았으니 괜스레 영화사에 미안하더라고요. 6000원이라는 값을 내고 보기엔, 너무나 달콤하고 멋졌던 영화였습니다.
 

참고자료

[웡카] 메인 예고편 (youtube.com)

 
 
2024년 1월 31일 오후 6시 15분
메가박스 전주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