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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집으로 가는 길] 현대판 주부 부조리극

배경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이 영화는 제가 본 지 벌써 1달은 되어가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리뷰를 올렸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이 영화는 제 동생이 넷플에서 보고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해서 추천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연이신 전도연 배우님의 연기를 엄청 칭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말 그러했을지, 바로 들어가 봅시다.

그래도 해피엔딩이긴 하다


줄거리

주인공인 송정연(전도연 역)은 사랑하는 남편 김종배(고수)와 딸 혜린(강지우)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돈을 잘못 빌려준 바람에 단란했던 가정은 초라하게 바뀌어버린다. 돈에 쪼들리던 종배는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일을 안다는 후배의 꼬드김에 넘어간다. 그러나 이 일에는 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곧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아내 정연은 그 일을 하겠다고 후배에게 연락하고 결국 낯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공항 입국수속에서 곧 붙잡히고 만다. 그녀가 나이가 라에서 나르던 것은 원석이 아닌 마약이었던 것! 말하나 통하지 않는 외딴곳에서 그녀는 꼼짝없이 프랑스 교도소에 붙잡히게 된다. 과연 그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감상

실화에 바탕을 둔 현대판 부조리극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를 포함한 관객들은 정말 속이 터져나갔을 겁니다. 정말 딸과 남편밖에 모르는 주인공이 해외에서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말이죠. 게다가 머무는 거처도 프랑스의 외딴 교도소입니다. 그곳에서 심한 인종차별과 힘의 논리로 인한 성폭행 시도, 이 상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의 장벽은 좌절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건, 그녀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뿐입니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이 지옥 같은 교도소를 떠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귀여운 딸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말의 희망마저도 이내 꺾여버립니다. 그 가해자가 같은 한민족인 외교부 공무원이라는 것은 이 영화가 던져주는 아이러니죠. 부패하고 무능력한 공무직과 대비되는 외국 집행부의 태도는 절망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 해 줍니다.
타국에서 타민족, 한민족 할거 없이 모두가 주인공을 괴롭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부조리극'이라 봐야 합니다. 그것도 현대에도 반복되는 주부판 부조리극입니다. 뒤에도 설명하겠지만, 이 주부캐릭터가 겪는 비극적인 상황은 전도연 배우를 만나 슬픔이 배로 증폭하게 되지요.

모순 속에서 흘리는 눈물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 남는 한 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마르티니크 교도소를 탈출해 해변에 도달하는 신을 고를 겁니다. 그 장면은 정말.. 정말 눈부시면서 비참하거든요.
주인공은 차 안에서 성폭행당할 위기를 간신히 모면해 탈출합니다. 그리고 벗어나 무작정 달립니다. 숲 속을 헤매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지요. 그러다 도착한 마르티니크 해변. 같이 이곳으로 신혼여행 오자던 남편의 음성이 들리면서 저 멀리 교도관들이 달려옵니다. 잠시 누린 자유의 해방감과 상상만 하던 곳에 도달한 기쁨,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가족, 그리고 다시 잡힐 거라는 사실에 이내 자포자기하는 심정. 이 모든 것이 함축되어 다시 교도소로 끌려가는 이 장면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전도연 배우님이니까 이 복합적인 장면이 참 모순적이면서 아름답게 읽혔습니다. 그러면서 흘리는 눈물과 씬의 종료는 이 고통이 제발하고 끝나길, 함께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네요.

한국 주부라는 소시민의 삶에서 희망 찾기

옛 고전 소설들이 그러했듯, 이 현대판 극에도 권선징악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주인공의 귀국을 막는 대사관 사람들은 영화 말미에 그 죗값을 치릅니다. 재미난 것은 그 행동의 주체가 시민들과 방송국이라는 겁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대개 그 행동의 주체로서 초월자들을 내세웁니다. 신선이나 염라대왕, 승려 등이 그것이죠.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은 현대 기술의 놀라운 능력으로 인해 하나로 연결됩니다. 그것이 주인공이 하늘에서 내려온 빛과 음성 대신, 매체의 빛과 희망의 메시지일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참 재밌습니다. 실화 기반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더더욱 말이죠. 적당히 각색된 이 현대판 이야기는 이젠 종이가 아닌 영상으로 전달될 겁니다. 혹시 모르죠. 미래의 후손들이 과거의 예술이 되었을 이 영화를 보면서 공부할지? 후후


2023년 12월 15일
Netf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