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파묘] 한국에 오컬트 영화가 나오질 않는 이유

배경

소주제1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해가 점점 일찍 뜨고 날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젠 만연한 봄이 온듯 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교차는 크니 잘 입고 다니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저는 얼마전에 가족과 함께 영화보고 왔습니다. K-오컬트 영화인데, 사실상 공포영화라고 해도 되죠. 이번 파묘라는 작품은 개봉 1주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합니다. 뭐, 킬링 타임으로는 괜찮은 영화지만, 이정도의 인기를 탈정도로 좋은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지는 한번 보시죠.
 

이 청록색 포스터가 파묘 이미지에 가장 맞는듯

줄거리

 미국 LA, 미국의 한 한인 가정과 거액의 거래를 한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이 가정의 장남은 기이한 병이 자손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막아달라 부탁한다. 조상의 묫자리가 문제임을 포착한 화림은 묘를 옮길 것을 권장한다.
화림은 한국의 최고 지관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가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은 화림과 합류하고 거래자 조상의 묘로 향한다. 그런데 묫자리가 상상 이상으로 악지이다. 쉽지 않는 곳임을 직감한 상덕은 이 제안을 거절하기 일쑤인데,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총평

범의 허리를 끊어? 다른 것도 끊은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조금 복잡해요. 내용이 크게 두 파트로 양분됩니다. 미국에 사는 대부호 가정인 친일파 집안의 묘를 파는 사건과 묘 아래에 있는 것으로 더 내려가는 사건이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무당 하림이 부자 가정의 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좋지 못한 자리에 위치에 있던 조상의 묘를 파헤쳐 옮기려던 것이 전부였죠. 무당 하림과 지관 상덕은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파묘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이 등장하면서 관 안에 있던 조상의 혼이 그 가정 일가를 몰살해버립니다. 의뢰자이기도 했던 장손은 혼이 빙이한 채로 섬뜩한 한 마디를 하고는 죽어버립니다. 바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어버렸다"이죠. 끝까지 보면 알겠지만 여우는 '일본'(사무라이, 오니), 범은 '조선'을 의미합니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섬뜩한 목 회전 동작과 함께 영문도 모르는 단어를 듣으며 넋이 나갑니다. 손 쓸 방법이 없을 것 같이 그 혼은 무적인 것 같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손들을 괴롭히거든요. 그래서 혼이 결국 불태우기 없애기 전 파트는 한국 정서에 특화된 서사를 잘 보여줍니다. 묫자리에 기가 막히게 집착하는 우리 민족의 특성과 '한'맺힌 혼을 잘 표현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여기서 딱 끝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여기에 일본 오컬트를 추가시켜버립니다. 우리가 익숙하지도 않고, 그래서 이해하기도 힘든 소재를 말이죠. 그래서 영화도 이 부분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길 포기합니다. '일본 귀신은 우리 것과 수준이 다르다', '닥치는 대로 죽여버린다'같은 대사들이 그렇습니다. 원래 영화자체가 우리 한국 매장 문화와 결부된 것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 버립니다. 그리고 이 소재거리가 참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포인트는 좋든 싫든 절반으로 양분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두 이야기는 그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습니다. 같은 영화 내용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보이지 않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공포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갑툭튀'가 자주 나옵니다. 저는 사람 얼굴 뱀이 가장 소름끼치고 놀랬었네요. 그래도 이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흥미진진하게 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법에는 화면에 두려움의 대상을 포착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죠. 대개는 인물들의 제한된 시선을 빌려 관객들에게 쫄깃함을 제시합니다. 근데, 이 영화는 오니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아예 화면에 포착하는 순간을 줄여버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허접한 CG처리로 영화의 몰입감이 떨어질 걸 생각이라도 한듯, 오니의 모습을 자꾸만 숨기려고 합니다. 그 장대하고 두려움의 결정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니, 대범한 일본 장군이라는 것과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무리

글을 거의 다 쓴 지금은 개봉 12일째고,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이젠 조금 끝물일법도 한데, 아직도 2주일이 안되었다는 게 참 놀랍네요. 아쉬움을 위주로 적어보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아주 괜찮은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자가복제 수준의 한국영화가 남발하던 요즘에 참 감사한 소재와 전개로 흥미를 준 영화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듄2보다도 국내 흥행은 더 성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