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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폴 600미터] 내 생명을 고공에 몰고야 비로소 느끼는 삶의 소중함

배경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제가 작년에 영화를 좀 보러 다녔었는데요, 작년 기대작 중에 몇 가지가 있었어요. 그중에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두 여주인공이 600미터 상공 타워에서 조난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너무 신박하고 궁금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개봉 당시에는 보러 갈 여유가 없어서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가 Netflex에 올라온 걸 보고는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바로 관람에 들어갔습니다.

어후.. 포스터부터 아찔한 것 보소; 아이러니하게도 이 포스터보고 보고 싶다고 느꼈으니깐.. (NAVER 4월 4일 기준 평점 7.95/10)

 

줄거리

이 영화의 주인공인 베키는 그녀의 남편 댄과 함께 암벽등반을 한다. 아찔한 등반 도중, 댄은 예상치 못한 새의 습격으로 아래로 추락해 버린다. 사고 이후 삶의 의욕을 모두 상실한 베키는 아버지의 조언도 무시한 채 1년 가까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던 중, 함께 암벽등반하던 자신의 절친 헌터가 베키를 찾아온다. 그리고 댄을 그만 놓아주라고 말하면서 한 가지 도전을 제안한다.
그것은 B67 Tower 꼭대기에 올라 댄의 유해를 바람에 날리는 것. 그 타워는 한 때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송신탑이었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은 채 폐쇄되어 버린 곳이기도 하다. 베키는 미친 생각이라고 헌터를 나무랐지만, 이내 마음을 먹고 댄을 보낼 채비를 한다.
헌터가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는데에는, 그녀 역시 댄이 죽고 난 이후 심경의 변화가 왔기 때문이라고 베키에게 털어놓는다. 삶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게 되었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위기로 몰아넣는 일에 희열과 생동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런 도전들을 담은 영상을 그녀는 SNS에 업로드하여 Danger D.라는 예명으로 많은 팔로워를 얻었으며, 이번 도전 역시 베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영상을 찍어나간다.
그렇게 열심히 타워를 오르는 두 여자. 이들은 무사히 도전을 완료할 수 있을까?

이때 오르지 말았어야 했어...

 

총평

없다시피한 스토리라인, 그러나!

이런 조난 영화의 핵심은 제한된 환경 속에서 악화되어 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떻게 인물들이 대응해나 가느냐에 달려있겠죠. 아무래도 이 영화는 타워를 오르려는 두 인물들이 1평도 안 되는 타워 꼭대기 판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이 주겠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두 명으로 이렇게 줄면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갈 여지가 거의 없죠. 인물이 둘인데 둘이 싸우는 것 말고는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는 필연적으로 plot이 단편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단조롭다는 평을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없는 갈등을 끌어 만들면서 루즈함을 최대한 피해 가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식스센스급 반전(!)도 준비시켜 놓았지요. 그리고 제 개인적은 평은 '없는 살림에 최선의 플룻을 짰다'라고 해두고 싶네요. 물론 이들이 조난되며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왜 이런 생각은 못한 걸까라고 비판하는 관객들도 많더군요. 뭐 그러면 영화 길이가 반토막 나버리겠죠? 영화 보는 내내 그 의문이 맴돌았다면 낮은 평점을 줄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서야 비판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상영길이에 맞는 최선의 스토리라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소품 활용입니다. 영화가 극한의 상황에 치닫으니, 소재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특성이 빛을 바라더군요. 두 주인공을 잇는 15m 로프, 댄과 함께 착용하던 금속 반지, 댄처럼 날짐승에게 고공에서 시련을 받는 주인공, 외부 소통을 위해 스마트폰 떨구기와 안전하게 떨구기 위한 쿠션들 등이 그것입니다. 마지막 쿠션에 대한 것이 정말 흥미롭죠.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에서 공포로 바뀌어버립니다 ㄷㄷ.. 아주 subtle 한 소재들을 엮어서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방과 헌터

 

독보적, 아니 미친 수준의 Concept

누가 600 미터 상공에서 조난하는 스토리를 생각해 냈을까요. 이건 해발고도 8000미터 히말라야에서의 조난기와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일단 서 있는 공간 자체로 인해 상하좌우는 봉쇄되고 오갈 수 있는 여지가 로프와 연결된 위아래 말고는 전무하게 되지요. 그리고 출입금지된 폐쇄된 공간에 알맞게 전파는 안 터지고, 독수리들은 계속 접근해 오죠. 설상가상으로 폭풍우도 칩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버텨내야 하는 주인공 베키는 보는 내내 위태로웠습니다.
그리고 이 위태로움과 600 미터 상공의 아찔함이 더해져, 관람 내내 손발에 땀을 쥐고 있었습니다. 아득한 높이와 위기를 더해주는 헌터의 행동거지, 그리고 예측불허의 상황들.. 이거야말로 귀신 안 나오는 공포영화겠구나 했습니다. 그 어떤 영화도 이런 콘셉트와 구성을 가져간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영화 제작진들은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영화 내내 이것을 끝까지 가져갑니다.
여담으로, 이걸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했더라면 진짜 지리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너무 무서웠습니다. 보는 내내 아찔했고요, 교감신경이 너무 활성화돼서 소화불량 오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독보적인 concept을 보여줄 수 있는 제작진들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삶의 소중함은 어디서 오는가 (스포주의)

영화 내내 나오는 주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두 주인공 모두 댄의 죽음 이후로 급변하게 되는데, 이를 대처하는 양식이 많이 달랐다고 언급했었지요. 영화 초반, 베키는 온종일 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음성사서함을 들으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헌터는 자신의 목숨을 계속 내모는 위험한 도전에 뛰어듭니다. 삶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적극적이 되었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네들의 인생은 이들의 중간지점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번 못하겠다고 일관하는 베키도, 목숨을 내놓지 못해 안달인 헌터도 되어선 안된다고 말이죠.
영화 내내 내려가지 못하던 베키는 헌터의 죽음을 깨닫고 나서는 태도가 결연해집니다. 계속 움츠려 들면서 피하려고만 했던 독수리와 마주하고, 죽어버린 헌터와도 마주합니다. 그리고 아득했던 타워 꼭대기 아래를 피하지 않고 내려가려고 합니다. 끌어안고 있던 타워 꼭대기 봉을 놓아주고, 오직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마지막 '계란 낙하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베키는 살아남아, 보고 싶었던 아버지를 끌어안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큰 만족감과 기쁨 속에 살아갑니다. 그것들은 우릴 행복하게 만들지만 곧 지속성에서는 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죠. 그러면서 일상의 무료함, 심하면 우울함을 느끼며 내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고뇌는 우리가 평생 해나가야 하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현대 철학자들이 실존주의를 외치며 삶을 내몰며 죽음에 한 발짝 가까워져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그것마저 일상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헌터는 죽음과 마주하는 일마저 '콘텐츠화'해버렸고, 죽음에 대한 역치를 무한정 높여버렸습니다. 불교에서 '인간의 중도는 치우치지 않음'에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 보며 이번 리뷰 마칩니다.
 
2024 4 3
Netflex

참고자료

영화 예고편 : 폴: 600미터 (Fall, 2022) 메인 예고편 - 한글 자막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