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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전우치] 무릇 도사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어야 하는 법!

배경

스트레스 풀 땐 역시 영화지

안녕하세요? Zeromm입니다.
요즘 세상사가 많이 복잡해서(?)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뜩 심란한 때에 기숙사 방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니까 뭔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무의식 중에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쓱 켰었습니다. 근데 웬걸? 바로 알고리즘에 이 작품이 뜨는 거 있죠? 전우치 모습을 한 미친 외모의 강동원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재생버튼 눌러서 보게 되었네요 🤣🤣
 

강동원은 진짜 이런 장꾸 캐릭터가 딱인듯

줄거리

 500여년 전 조선시대, 요괴를 지배하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신선들의 실수로 요괴손에 넘어간다. 그 결과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신선들은 최고의 도인 천관도사(백윤도사 역)와 화담(김윤석 역)에게 부탁해 요괴들을 봉인하고 피리를 되찾아줄 것을 요구한다. 한편, 천관도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 역)는 도술로 임금을 희롱하며 소란을 피우자, 화담과 신선들은 천관도사를 찾아간다.

천관도사는 신선과 화담을 맞이한다. 화담과 천관도사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지만, 피리를 되찾는 데에 같이 목표하기로 한다. 그렇게 전우치와 이들이 활약한 덕에 피리는 결국 도술사 손에 들어온다. 하지만 천관도사는 요괴가 씌인 화담에게 결국 죽어버리고, 그 피리는 화담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순식간에 스승이 죽어버린 전우치는 스승을 죽였다는 누명이 써진다. 그리고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 역)와 함께 그림족자 속으로 봉인된다.

그러고 강수가 변한 2009년. 요괴가 하나둘씩 세상에 모습을 보인다. 신선들은 유유자적하며 지내다 요괴들에게 낭패를 보며, 화담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500년 전 수행을 핑계로 족적을 감춘 그였기에, 신선들은 하는 수 없이 그림족자 속 전우치를 세상에 다시 부르기로 한다. 과연 전우치는 세상의 혼란들을 모두 퇴치할 수 있을까? 

총평

옛날 사람들이 현대로 온다면?

도술을 부릴 줄 아는 전우치와 화담, 신선들만으로도 소재거리가 충분합니다만, 감독은 한발짝 더 나아갑니다. 이들을 현대인 2009년으로 불러오죠. 굳이 이들을 현대로 부를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충분히 그 이유가 있더라고요.
첫째로 신선함이 배가 됩니다. 원래도 독특한 캐릭터는 매한가지인데, 이들이 전보다 발전한 세상과 마주하면서 놀라고 적응해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죠.  만화 같은 원초적인 재미를 건드리는 느낌도 흥미롭습니다.  둘째로 시간의 흐름을 건너서 지울 수 없는 인물관계가 연결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선 과거엔 젊은 과부역을 맡고 현대엔 한 여배우의 매니저를 맡는 서인경(임수정 역)이 대표적이죠. 환생을 했던 어쨌든 얼굴은 동일한데, 이 캐릭터 안에 굉장한(?) 혼이 들어 있어 기억을 하질 못하죠. 시간의 흐름을 건넜어도,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하나로 꿸 수 있는 장치를 해둔 덕에 영화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시간여행까지 다룬다는 매력을 갖게 됩니다.
한동훈 감독님의 최신작 외계+인 시리즈도 비슷하게 시간여행을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 이안(김태리 역)을 따라서 현대->과거->현대로 시간여행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이안은 '썬더'라는 초월적인 존재의 힘을 빌려 시간여행을 하죠. 결국은 동일인물이 도움을 받아 서사를 진행시킨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특징적인 장치로 꼽자면 서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결시킨다는 점이예요. 과거의 인물인 능파(진선규 역)가 후손을 남겨 그 후손들에게 현대의 위기를 막으라고 자신의 무기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그것을 이어받은 민개인(이하늬 역)이 이안과 힘을 합쳐 외계인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색다른 인상을 줍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조상, 유전이라는 것을 이렇게 영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네요. 모두 같은 감독님께서 쓰신 작품이니, 이외에 비슷한 요소들을 찾아내면서 영화감상의 새로운 묘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얼쑤! 이런게 영화 OST 지!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현혹시키기도 하지만, 청각적으로도 흥을 마구 돋아줍니다. 영화 극초반에 도사 전우치가 주상을 능멸하면서 나오는 BGM은 정말 흥겹죠. 전우치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악단의 손놀림과 표정, 소리는 꼭! 영상으로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도사 전우치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 몰입을 싹 끌어오는 장면이에요. 이걸 2022학년도 6평 모의고사에서 영화 스크립트와 고전소설을 엮어 국어 문학지문으로 출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당시 이 영화를 보지 않고 풀었던 지라, 시간도 걸리고 문제 하나를 결국 틀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봤었던 수험생들은 쉽게 풀었거니와, 이때 OST가 시험도중에 재생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해요. 그만큼 중독성 있고 잘 만든 OST들이 즐비해있으니,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영화 기생충 OST와 더불어 가장 매체에서 재생산되는 OST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예능에서 들어봤던 노래인데?"싶은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청각적으로 관객들에게 인상을 주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이라는 매체를 더 잘 이해하고 노력을 기울인 창작자들만이 관객들에게 서사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는 장치로 구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 이도저도 안 되는 한국영화를 너무나 많이 봤던 지라, 이런 영화는 한국영화계에 감사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젠 한번 변해볼까~

이 영화는 도술사와 신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죠. 기상현상을 제어하고, 그림 속으로 달려들어가고 분신을 만드는 장면들은 참 즐겁습니다. 만화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상상하는 대로, 상상하는 만큼 도술 사들은 도술을 행하고 관객들에게 멋진 장면들을 선사시켜 줍니다.
그러고 도술이 조금은 흥미가 떨어질 때 즈음, 전우치는 위
기의 순간에 '진정한 변신'을 하게 되죠. 마음속에 있는 것을 '그리게' 됩니다. 그전에는 기상현상을 통제해 다뤘다면, 이젠 그 자체가 됩니다. 화담의 화염 공격을 피해  바람처럼 형상을 지웠다 생겼다 날라다니는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마치 절체절명의 순간에 각성하는 만화 주인공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과 서사가 설득력있죠. 그 전에는 붓이나 부적, 전광판이나 그림 같은 매개체를 이용해 형상을 지우거나 변신시켰죠.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직접 그리게 된 이후부터는 어느 것에 도움 없이 자유자재로 변신하게 됩니다. 희열도 그 못지않는 대단한 연출들이 많았었습니다.

원작을 들여보며 닮은 꼴 찾기

저는 이 영화의 원작 격인 '전우치전'에 대한 언급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조선시대 부정부패가 심하던 그 시기에 쓰인 명작이 하나 있죠? 바로 홍길동전입니다. 도술을 부려 관리들의 제물을 도둑질하여 굶주린 백성들에게 베풀어주지요. 의적 홍길동이라고 불립니다. 이 작품도 골자는 비슷합니다. 전우치전에서 도사 전우치도 부패한 주상을 능멸하고 제물을 도둑질하고 빈민을 구제합니다. 그리고 말미엔 높은 벼슬을 하며 출세길에 오릅니다.
그런 점을 보면 현대 웹툰 웹소설과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아요. 굶주리고 부패한 사회 속에 살아가는 조선의 백성들이 낙을 느낄 만한 매체가 무엇이 있었을까요? 도술을 부리는 먼치킨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꼈던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판타지적인 요소는 더욱 환영받고 심지어는 주류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격이 낮아졌다', '소재고갈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런 닮은 꼴 작품들이 인기몰이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 부패했던 사회상 못지않게, 우리 사회도 곪은 지 오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영화 전우치 정보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영화] 이동진 리뷰- ‘전우치’-한국 대중영화의 보폭 (tistory.com)
 
2024 2 14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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