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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새 신을 신고 늘 새 신발을 신을 때는 기대보단 걱정이 앞섭니다. 이 신발이 내게 맞을지 걱정된 다기보단, 내가 이 신을 신고 험한 길을 다녀 헐게 될 것을 걱정합니다. 지금은 깨끗하고 뼈대가 허물어지지 않은 멋진 신발이지만, 곧 내가 못나게 만들 거라는 생각에 다른 값싼 신발을 선택해 버리는 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5만 원 이내에, 더러워져도 티 나지 않은 검은색 운동화를 선호해 왔습니다. 대충 막 굴리며 신고, 물이 새는 지경에 이르면 새로운 신발을 사버리면 됩니다. 이 방법은 가장 걱정 없고, 가장 돈을 아끼고, 가장 단순한 길이었습니다. 늘 그렇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새로운 신발이 사고 싶어 졌습니다. 이번엔 검은색이 아니라 새하얀 새 신을 신고 싶었습니다. 고가의 비싼 신발은 쳐다도 안 보던 저지만, 한..
집으로 - 11월 & 12월 근황 안녕하세요. 10월 말에 근황 글 대충 쓰고 벌써 시간이 이리 지났네요. 저는 지금 집으로 가는 KTX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긴 사람들이 되게 많구요, 옷들도 다양하게 입고 있어요. 아마 날씨가 변덕스러운 탓에 그런 것 같습니다. 허구한 날 동기들만 보다가, 이렇게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남다르네요. 간단하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적어둘까요? 11월에는 10월에 흐트러졌던 마음을 붙잡고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이 때는 신경해부학 공부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제 취향에 맞긴해서 할만했어요. 성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ㅋㅋ 그리고 분자생물학 관련 과목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유급의 두려움(?)을 처음 맛봤네요. 모든 발문이 영어였고 정말 어려웠어요. 이걸 경험하고 나니 USMLE는 꿈도 못..
10월 근황 : 추워진 날씨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10월은 다소 파멸적인(?) 하루하루를 지내왔습니다. 매주 시험을 하나에서 두개씩 보니까 사람이 정말 피폐해지더라구요. 동기들도 다들 고생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래도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 한 주는 시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주 월요일에 거대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어서 폭풍전야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네요. 이번에는 시간에 쪼들리지 않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주말은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동기들 중에도 본가로 돌아간 친구들도 많고, 그나마 숨 좀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기숙사에서 보내긴 했지만, 그동안 밀어놨던 일처리했어요. 공부도 시험공부보단 밀어놨던 복습과 예습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젠 루틴이 되어버린 병원 원목실에서 미..
실습 마친 후 명절 맞이하기 전 지금 생활은 조금 대단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아직도 9월입니다. (개강한지 한달도 안 지났네 이건 꿈이야) 9월 초엔 지수함수가 함수값이 1도 못넘고 빌빌 기다가 막 이제 폭발하듯이 상승하는 기분일까요. 최근 2주 사이에 또 한번 학업적인 면에서 막 성장한 것 같습니다. 힘겹지만 어쩌겠어요. 해내야지. 오늘 처음으로 카데바 실습도 해봤습니다. 저번 금요일에 추모식하고 면도해드렸는데, 그때도 기분이 막 무거웠습니다. 이 자신 한 몸을 학생들에게 기꺼이 내주셨을 그 마음들을 저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실습때 조금 잘 작업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신경들도 못 찾을 거 같아서 다 짤라보내버리고, 근육도 조금 건들인 것 같고, 여러 모로 죄송스러웠습니다..
9월 근황 이제 개강한지 3주정도 된 거 같네요. 처음 첫 주는 정말 시간이 안갔는데, 이제 시험이 섞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기분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량에 헤매이다가, 이제는 좀 즐기면서 할 수 있게끔 된 듯 합니다. 마치 신명나는 느낌? 일단은 추석전까지는 체력 관리 잘하면서 남은 두 시험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부재 속에서 - 글은 함부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 나름 블로그를 잘 운영해 보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거의 방치해 버린 채 3주를 방치해 버린 듯싶다. 그동안 학교에서 제시한 해부학 강의들과 골학 캠프를 겪고 나서는 다른 일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안 되었다. 나는 방학 8월의 수많은 시간을 그동안 공부에 쏟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동기들 중에는 가장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의 근자감도 생길 정도였다. 학교에서 제시한 골학 내용은 기본이요, 스스로 교과서 봐가면서 해부 총론은 싹 공부한 셈이니까. 그렇게 개강을 이제 4일 남겨둔 이 느지막한 오후에, 나는 왠지 모를 책임감과 뭐라도 뱉어내고 싶은 울렁거림이 들었다. 7월과 8월 초에는 즐겁게 글을 쓰면서 나름 인생의 재미를 발견했었는데, 최근엔 통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최근에 밴드에서 여름방학 갓생 살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일매일 미션하는 일에 이벤트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나서부터는 매일같이 참여를 하고 있지요 ㅎㅎ 원래부터도 독서를 좋든 싫든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이렇게 강제성있는, 그리고 보상을 주는 일이 걸리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요. 매일 책을 읽는 밴드에 들어가서 (한 300명쯤 있는 모임인데, 참여율을 그리 높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읽고 있는데, 이게 참 의외로 괜찮더라고요. 밴드를 통해서 인증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어떤 책을 요즘 읽는지 트렌드도 알 수 있고, 서로 읽은 것에 대해서 간단한 피드백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뿌듯하기도 하죠. 저렇게 도전 며칠차인지도 보여주니 가시적이죠. 무엇보다도 저렇게 하다 보면 습관이 생깁니다. 이젠 하루..
강한 자만이 서울에 갈 수 있다 7월 27일. 어머니와 함께 안과 검진을 받으러 종각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1호선을 타고 쭉 내리 달리는 길. 어머니와 함께 가는 길이었기에 따로 음향 기기는 챙기지 않았다. 여유가 되면 책이나 읽으면서 가고 싶어서 읽고 있던 책도 챙겼지만 읽진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읽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둘이 앉을자리는 있었다. 그래서 가는 동안엔 종각역 근처 알라딘에서 살 책이나 서칭 하면서 갔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귀를 막을 수 없으니 다 들린다아이들이 시끄럽게 노는 소리, 재잘대는 소리, 예수 믿으라고 지하철에서 랩하는 노인, 그걸 강요하는 그 노인.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게 정말 뭣 같다. 시끄러운 소리가 더운 날씨의 불쾌함을 한층 더했다. 심지어는 불법 노상인도 있다..